지난해 12월 옛 전국경제인연합회관을 허물고 새로 지은 서울 여의도의 'FKI 타워'는 지상 50층, 연면적 16만8,682㎡로 63빌딩에 버금가는 규모와 화려한 외관을 자랑한다. 하지만 2,200억원을 들여 지은 이 건물은 전체의 44%에 달하는 22개층 7만3,230㎡가 입주자를 찾지 못해 비어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과 500m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서울국제금융센터(IFC)'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TWO IFC(29층, 7만8,031㎡)'는 3분의1 이상이 비어 있고 이미 준공된 'THREE IFC(55층, 6만1,104㎡)'는 아예 입주율이 '제로(0)'다.
이 같은 대량공실 사태는 입주율 100%를 자랑하던 강남 테헤란로 일대에서도 속출하고 있다. 저렴한 임대료와 쾌적한 업무환경을 찾아 기업들이 강남권에서 이탈하면서 대규모 공실 사태를 빚고 있다. 지난해 넥슨·엔씨소프트 등이 판교로 이전하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테헤란로의 I빌딩, E빌딩은 현재 각각 28.5%, 34.3%에 달하는 면적이 비어 있다.
서울에 불 꺼진 오피스빌딩이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무중심가인 도심권·강남권·여의도권 가릴 것 없이 임차인 모집에 비상이 걸렸다.
25일 빌딩자산관리업체인 한화63시티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서울시내 오피스빌딩 평균 공실률은 8.3%로 4·4분기 연속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10년 1·4분기(4.4%)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오른 수치다.
개별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은 더욱 심각하다. 기업이전 컨설팅 전문업체인 THE바른이 서울의 연면적 1만~32만㎡ 규모 122개 빌딩을 분석한 결과 공실률이 10%가 넘는 빌딩은 전체의 30%에 달하는 37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구 순화동의 27층짜리 A빌딩(연면적 5만1,377㎡)은 공실률이 74%에 이르고 강남구 역삼동 B빌딩(지상 17층, 연면적 1만8,535㎡)도 64%가 텅 빈 채 남아 있다.
민경조 THE바른 대표는 "경기가 악화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저렴한 외곽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중심가 오피스 공실률이 급속히 오르고 있다"며 "도심의 상당수 프라임급 빌딩조차 일정 기간 무상으로 사무실을 임차해주는 '렌트프리' 혜택이 일반화할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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