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의 반시장적 정책이 점입가경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스탠더드와 거꾸로 가는 각종 규제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하자 이번에는 자국 기업들이 벌어들인 외화의 절반을 강제로 루피화와 바꾸도록 의무화한 것.
인도 중앙은행(RBI)은 인도 기업이 벌어들인 외화의 절반을 의무적으로 루피화로 바꾸는 내용의 외환정책을 도입했다고 10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폭락하는 루피화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앞으로 인도에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기업은 전체 외화가득액(foreign exchange earnings)의 50%만 외환예치계좌(EFCA)에 넣어둘 수 있게 된다. 나머지 외화는 모두 루피화로 바꿔 예치해야 한다. 강제적으로 루피화 수요를 끌어 올려 화폐 절하를 막겠다는 것이다.
루피화 가치는 지난 2월 이후 급격한 내림세를 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월 초 달러당 48.6950루피에 거래되던 루피화는 9일 마감가 기준 달러당 53.8275루피까지 상승(루피화 가치 하락)했다.
루피화 가치가 속절없이 추락하는 것은 유럽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경제성장 전망이 어두운데다 인도 정부의 반(反)기업적 정책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에서 속속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인도 일간 이코노믹타임스는 "영국 통신회사 보다폰이 인도 정부에 소득세와 벌금 등의 명목으로 1,980억루피(4조2,000억원)을 내야 할 처지에 몰렸다"고 이날 보도했다.
2007년 홍콩의 허치슨커뮤니케이션이 보유한 인도 통신회사 지분을 110억달러에 사들인 보다폰은 당시 790억루피의 소득세를 물린 인도 정부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며 1월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인도 정부가 최근 세법까지 개정해가며 소급과세를 가능하게 했고 보다폰은 당초 세금 790억루피와 같은 액수의 벌금, 당초 세금에 대한 이자 400억루피 등 천문학적 부담을 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RBI의 정책이 발표된 직후 루피화 가치는 상승세로 돌아서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53.3250루피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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