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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안하무인 울산시


"개별 업체 얘기는 절대 하시면 안 됩니다. 나중에 (울산시로부터)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몰라서요."

지난 3일 오후 울산 신일반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에서 계속 전화가 왔다. 이곳에 조기 입주한 기업들이 산업단지 내 기반시설 미비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내용을 취재한 직후였다.

기업 관계자들은 "우리가 겪고 있는 피해에 대한 묘사는 최대한 에둘러 표현해 주시고 특히 기업 이름을 게재하는 것은 절대 안 됩니다"라며 몹시 불안해했다.

산업단지를 조성한 울산시가 기반시설이 미비한 데도 기업들의 입주를 허용한 것은 잘한 일이다. 기업들은 공장을 미리 지은 뒤 기반시설 완비에 맞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산업단지 준공이 안 됐다는 이유로 사용승인을 내주지 않으면 울산시, 나아가 국가적으로 오히려 손해"라는 울산시의 생각은 훌륭했다.



하지만 입주를 허용한 후 시가 보여준 모습은 엉망이다. 조기 입주기업들은 '2010년 말까지 공장 가동 가능'이라는 시의 확답을 받고 그 시기에 맞춰 공장건립을 했으나 기반시설은 약속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기업들은 이 때문에 부랴부랴 수천만원의 사비를 들여 전봇대를 세우고 통신선을 가설했으나 공장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었다. 시기에 맞춰 영업활동을 해온 업체들의 수주계약은 모조리 취소당했다. 십수년간 거래해온 인맥도 함께 날아갔다. 지금까지도 일부 기업들은 공장부지 경계 미확정, 오ㆍ폐수 및 우수관로 미설치 등의 불편을 겪고 있다.

정작 더 큰 문제는 기업에 갑 행세를 하는 시의 태도다. 입주 이후 하루빨리 기반시설을 완비해달라는 기업들의 요구에 시는 "신일반산업단지 준공은 올해 말"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모 기업은 시로부터 "그렇게 불만이면 도로 나가라"라는 막말까지 들었다.

개선을 요구하다 지쳐 언론에 제보해놓고 이제는 그 뒷감당을 걱정하는 그들의 처지가 씁쓸하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부르짖고 있는 울산시가 이들 업체의 요구를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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