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크백 마운틴' '색,계'로 아카데미 감독상(2006)과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2007)을 거머쥐었던 이안(58∙사진) 감독은 5일 자신의 영화제작 철학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대만 출신으로 할리우드에 가장 잘 안착한 동양 영화감독으로 손꼽히는 그가 신작 '라이프 오프 파이' 개봉을 두 달 앞두고 '색,계' 이후 5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내년 1월3일 개봉하는 그의 신작은 3차원(3D) 어드벤처(모험) 영화로 전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가 원작. 바다 한 가운데서 조난당한 소년과 호랑이가 좁은 구명보트에서 겪게 되는 여정을 그렸다.
이 감독은 이날 서울 여의도 CGV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신작에 대해 "이제껏 만든 영화 중 가장 규모가 크고 3,000명의 스태프가 4년의 시간을 들여 어렵게 촬영한 작품"이라며 "소년 파이의 모험과 여정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보여주는 영화"라고 했다.
그는 메가폰을 잡은 후 처음으로 3D 영화를 제작한 이유에 대해 "5년 전 20세기폭스로부터 제안이 왔을 때 매력적인 이야기지만 막상 영화화하기에는 힘들다고 생각했다"며 "해결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3D로 제작해 이야기의 입체감을 더하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신앙적 요소, 철학적 메시지를 가진 원작을 가지고 재미있게 영화화하는 작업은 무척 어려웠다"고 말했다. 3D 제작 구상시점에 대해서는 "미국에서'아바타'가 3D로 제작돼 개봉하기 9개월 전"이라고 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라이프 오브 파이' 제작과정을 담은 영상과 영화의 주요 장면이 공개됐다. 바다에 몰아치는 폭풍우가 스펙터클하게 연출됐고 호랑이는 컴퓨터그래픽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매끄러웠다.
이 감독은 김지운∙박찬욱 등 한국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다만 할리우드에서는 대통령이 정책을 설명하듯 말로 자신의 영화제작 의도 등을 세세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영화 밖에서 개인적으로 배우∙스태프들과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야 한다"며 "이처럼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할리우드 장벽은 그리 높지 않다"고 전했다.
한국과의 합작 영화제작 가능성에 대해서는 "영화가 어디서 만들어지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이야기의 소재"라며 "한국은 건전하고 발전된 영화시장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좋은 이야기로 내게 접촉한다면 언제든 응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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