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 보호하고 금융위기 발생 막으려면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게 상품구조 단순화해야 지난 8일 서울고등법원은 그동안 논란이 돼온 환(換)헤지 통화 옵션 상품 키코(KIKO)에 대해 "은행에 유리하게 설계된 불공정 상품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키코가 구조상 환율 변동에 따라 손실을 입을 수도 있고 이익을 낼 수도 있어 기업과 은행의 기대이익이 대등하다"고 봤다. 따라서 "환율이 예상과 다르게 변동해 결과적으로 손실이 생겼더라도 계약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은행은 지나친 위험이 따르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해서는 안되고 그 위험을 명확히 설명해 고객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A은행이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점이 인정되므로 전체 손해의 30%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S사는 지난 2008년 A은행과 키코 계약을 체결했지만 그해 9월부터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 30억원대의 손해를 보자 소송을 냈다. 키코와 관련, S사 등 수출업체 118곳이 은행을 상대로 부당 이득금 반환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는 이중 19곳만 은행의 설명의무 소홀에 따른 일부 손해를 배상 받았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거래의 투명성이 충분히 유지돼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회사가 리스크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는 규제해야 한다. 또한 불완전 판매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 난해하고 복잡한 금융상품도 규제할 필요가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도 복잡한 파생상품 및 장외거래에 대한 규제 불충분이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훼손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금융감독 당국은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장외파생상품시장법을 제정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복잡한 파생상품 등의 장외거래를 보다 투명하게 규제ㆍ감독하려는 것이다.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1차적 요인은 단기 급등한 주택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금융기관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과 여러 가지 회사채 등을 한데 묶어 대규모 파생상품을 만들고 이를 다시 여러 조각으로 쪼개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금융위기는 기본적으로 복잡한 파생상품 출현으로 투자자들이 상품의 리스크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금융감독ㆍ규제도 불충분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규제 완화와 정보기술의 발달은 경쟁을 촉진한다. 경쟁은 금융혁신을 촉진한다. 이에 따라 다양하고 복잡한 파생상품 등 신상품이 쏟아져 나온다. 한동안 규제완화, 기술 발달, 혁신, 신상품 개발 등은 금융발전의 주요인으로 강조됐다. 그러나 이들은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훼손하고 위험관리를 어렵게 해서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금융혁신은 거래의 투명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금융혁신이 금융 사기나 도덕적 파탄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투명성이 결여된 복잡한 파생상품의 자산가치 및 리스크 측정은 사실상 누구도 알기 어렵다. 투자자는 물론 감독당국ㆍ신용평가기관 등도 첨단 금융상품의 위험과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한다. 이런 상태에서 금융거래에 대한 적절한 규제감독은 어려운 반면 절제 받지 않는 탐욕은 금융사기 등 도덕적 파탄을 초래할 수 있다. 파생상품 등의 과도한 복잡성을 통제하지 못하고 금융 시스템의 위기관리에 실패한 금융혁신은 위기를 초래한다. 미국발 금융위기도 규제완화와 기술혁신이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훼손한 것이 근본 원인이다. 위기를 방지하려면 무엇보다도 시장 참여자들이 금융상품의 위험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의 발전은 과도한 복잡함을 만들어내고는 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단순함을 잃고 시장의 투명성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복잡한 파생금융상품 등에 내재한 위험을 줄이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상품구조를 단순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금융상품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만드는가. 일부에서는 규제라면 무조건 반대하지만 지나치게 복잡한 금융상품은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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