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한국에서 반려동물로는 고양이가 개에게 밀린다. 주변을 살펴도 고양이에 대한 호오(好惡)가 명확하다. 싫어하는 쪽은 '사람한테 손 올리는 동물은 못 믿는다'며 쉽게 순종하지 못하는 동물로 낙인을 찍는다. 사회성이 낮아 다른 고양이와 함께 키우기 어렵고, 자립적인 성격이라 주인관념도 희박하다는 불평이다.
그럼에도 도시 환경에서는 고양이가 반려동물로 더 적합한 모양이다. 영국 가정의 1/4, 미국에서는 1/3 이상이 고양이를 기른다. 고양이를 '생태계 포식자'로 경계하는 호주에서도 1/5 이상이다. 집에 떼어놔도 별 스트레스 받지 않고 털도 깨끗이 관리하는 독립적인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
고양이가 사람에 길들여진 건 대략 1만여 년 전, 곡식창고에 들끓는 설치류를 노리다가 사람 눈에 띄었을 것이다. 쥐는 잡고 곡식은 관심 없으니, 당연히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기대한 첫 역할은 뻔하다. 반려동물 역할은 그 다음이다. 실제 연대는 더 올라가겠지만 대략 4,000여 년 전 이집트 유적에서부터 그 증거가 나온다. 귀여운 얼굴과 눈, 보드라운 털이 사람들의 마음을 끈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수십년 전부터 그 첫번째 쓸모는 선택지에서 지워졌다. 사람들은 고양이가 작은 새나 생쥐를 죽이는 것을 원하지 않고, 심지어 호주·뉴질랜드에선 '외래 포식자'로 규정할 정도. 일부에선 사육 자체를 금지하거나 몸에 마이크로칩을 심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천성적으로 고양이는 사냥꾼의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한다. 통상 2세대 정도 야생에 내놓으면 다시 1만 년 전 생활방식으로 돌아갈 존재다. 영국 동물학자 존 브래드쇼는 이번 책 '캣 센스'를 통해 사람과 고양이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갖고 있고, 정말 필요한 것은 그들을 잘 파악하는 주인이라고 말한다.
브래드쇼는 책 1~3장에서는 고양이가 인간에 길들여진 역사를 살펴보고, 4~6장은 둘 사이의 차이점을 드러낸다. 7~9장은 고양이가 낯선 사람이나 동족 고양이를 만났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소위 '사회성'을 관찰한 결과를 보여준다. 자기 영역을 중요시하는 고양이는 이런 상황을 하나의 도전으로, 의심과 두려움의 대상으로 인식한다.
나아가 저자는 이종교배를 통한 고양이 품종 개발과 중성화 수술 등이 장기적으로 인간에게 잘 적응하는 고양이 품종을 줄일 것이라고 경고한다. 다만 자연선택에 고양이의 운명을 맡길 수 없는 상황에서 고양이 구호단체와 환경론자, 전문가들의 합의 속에 반드시 과학적인 결론을 얻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1만8,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