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올랑드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컸던 프랑스 지방선거 결선투표에서 여당인 사회당(PS)이 참패했다. 경제난으로 민심이 등을 돌리면서 가뜩이나 낮은 지지율로 고전해온 올랑드 정권은 향후 정국운영에 더욱 큰 부담을 지게 됐다. 하지만 관심이 집중됐던 파리시장에는 사회당 소속의 안 이달고(54)가 승리, 파리 역사상 첫 여성 시장에 당선됐다.
프랑스 내무부는 30일(이하 현지시간) 지방선거 결선투표 결과 올랑드 대통령이 이끄는 사회당 연합이 40%를 얻어 46%를 획득한 중도우파 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에 패배했다고 밝혔다. 극우주의를 내건 국민전선은 7%의 득표율을 달성했다.
장마르크 에로 총리는 이날 밤 TV에 출연해 "이번 선거 결과는 명백한 정부의 패배로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통령도 교훈을 얻어 프랑스의 최고 이익을 위해 전력해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여권의 패배 원인으로 갈수록 악화되는 프랑스의 경제상황을 꼽았다. 프랑스의 분기별 실업률은 지난 2013년 내내 10%를 웃돌며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나빠졌다. 지난해 1·4분기에야 침체 터널에서 빠져나왔지만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소속정당인 대중운동연합은 툴루즈·랭스·앙제· 생테티엔 등 여권의 텃밭을 포함해 100여개 이상의 도시를 확보하며 차기 대선의 전망을 밝게 했다. 반면 여권은 155개에 달하는 지방도시를 야권에 넘겨줘야 했다. 여권의 실정으로 반이민·반유럽연합(EU) 기조를 내세운 국민전선도 약진했다.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전선은 이번 선거에서 14개 도시의 시장과 1,200여명의 지방의회 의원을 배출하며 3당 체제의 신호탄을 쐈다. 국민전선은 1995년 지방선거에서 3명의 시장을 당선시킨 뒤 지금까지 단 한명의 시장도 배출하지 못했다. 로이터통신은 "보수 정서가 강한 남부 도시뿐 아니라 산업 하락세가 두드러진 북부 도시에도 국민전선의 깃발이 꽂혔다"며 "좌파가 다수였던 140개 소도시에서 극우 성향이 나타나는 등 경제난이 민심을 갈랐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2012년 올랑드 대통령 집권 이후 2년 만에 치러진 첫 전국단위 선거여서 현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짙었다. 그렇기 때문에 올랑드 대통령은 대대적인 개각 및 정책개혁 등으로 국면전환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통령이 민심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이르면 31일 새 내각을 발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새 내각 인선 등 개혁조치로 민심수습과 경제개선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여권은 선거 직후 민심이반의 도화선이 된 기업세 인하 및 500억유로 상당의 사회보장 비용 감축 등 개혁안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3일의 1차 투표 직후 여권 일각에서는 이미 가계 세제 감면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FT는 "부유층의 세제를 올리고 사회보장 혜택을 강화하는 집권 초기 좌파정책에서 우파정책으로 급선회하면서 전통적 사회당 지지층까지 대거 이탈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여권을 위로한 것은 수도 파리를 수성하며 사상 최초의 여시장을 배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사회당의 이달고 파리 부시장은 출구조사 결과 54.5%를 얻어 프랑스 파리시 역사상 첫 여성 시장에 당선됐다. 이달고는 현 파리시장인 베르트랑 들라노에의 취임 직후인 2001년부터 13년간 부시장으로 일하며 무인자전거 대여 시스템 '벨리브(Velib)', 센 강변 내 인공백사장 조성 등 친서민정책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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