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서 경기후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를 반영해 뉴욕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27일(현지시간) 뉴욕시장에서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이 장중 4.377%로 4.373%인 10년물 수익률을 넘어섰다. 또 유럽 금융시장에서도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이 4.411%를 기록해 10년물 수익률 4.405%를 웃돌았다. 2년물 수익률은 2주 전부터 3년 및 5년물보다 높아졌지만 10년물 수익률을 앞선 것은 지난 2000년 12월 이후 5년래 처음이다. 장단기 금리역전이 경기후퇴의 전주곡으로 해석되면서 이날 뉴욕 주식시장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0.97% 떨어진 1만777.77포인트, 나스닥지수는 1.0% 하락한 2,226.89포인트, 스탠더드앤푸어스(S&P)지수는 0.96% 내린 1,256.54를 기록했다. 금리역전은 단기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장기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은행 등 금융권의 유동성을 제약하게 되며 이는 시중 자금 공급축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70년 이후 여섯번의 경기후퇴에 앞서 장단기 금리역전이 있었으며 장기적으로 보면 54년 이후 금리역전은 경기후퇴를 수반하곤 했다. 월가(街) 금융시장에서도 잘 나가던 미국경제에 경고음이 들어온 것으로 보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는 2년물과 10년물의 수익률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것에 대해 “미국 경제가 전형적인 경기둔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일부에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년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처하기 위해 지속적인 금리인상 정책을 고집할 경우 경기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장단기 금리역전만으로 경기후퇴를 예단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미국 경제가 물가상승이 제한되는 가운데 3.5% 이상의 견고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소비ㆍ생산ㆍ고용 등 거시경제지표도 별다른 이상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둔화 가능성을 일축하는 분석가들은 장기금리가 낮은 수준을 보이는 것은 미국 경제의 내부적인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해외 중앙은행들이 미국의 장기 채권 수요를 늘렸기 때문이라며 금리역전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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