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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논술 완전정복?"
입력2004-12-23 17:01:01
수정
2004.12.23 17:01:01
장정남 <AHA스쿨 원장>
올해 대학입시는 수능 부정에서 표준점수 혼란까지 유난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당락은 논술과 면접에 의해 나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험생은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지만 학교는 인력과 시스템 부족 등을 이유로 손을 놓은 채 학원에서 배울 것을 종용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논술이 단기간에 준비가 가능한 시험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논술 문제에 심각한 오류가 있는 셈이다. 논술은 오랜 기간에 걸친 독서와 사고로 쌓은 사물에 대한 통찰력과 논리력ㆍ창의력 등을 확인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와 강사도 단기간에 논술 정복이 가능한 것처럼 얘기한다. 언뜻 이해가 안 가지만 각 대학의 출제경향을 살펴보면 그럴 듯도 하다. 주제는 환경ㆍ문명ㆍ인간ㆍ윤리 등에 대한 것이지만 지문은 고전이나 사상서ㆍ교양서 등에서 나온다. 고등학생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용이 많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고액 과외나 유명 사설학원ㆍ강사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이는 논술의 커다란 맹점이 아닐 수 없다. 논술 문제는 단기적인 공부로는 큰 효과가 없지만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마친 학생은 누구든지 자신의 논지를 펼칠 수 있는 주제와 지문이어야 한다. 굳이 학교 교육에서 접하기 어려운 지문을 제시할 필요가 없다. 교과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지문을 주고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대학에서 지정하는 논제와 지문도 이해 가능한 측면이 있다. 방향은 맞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공교육이 아직은 따라가기 힘든 상황이라면 대학도 거기에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험생들이 유명 강사나 학원을 찾아 이리저리 떠돌면서 자신의 논리력과 창의력을 한달 만에 완성시키려고 하는 이런 현실은 빨리 바꿔야 한다.
공교육부터 차근히 준비하자. 학교를 학생들이 다양한 독서와 토론수업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가자. 정상적인 학교 공부를 마친 학생이면 누구나 자기의 생각을 매끄럽게 정리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갖추며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 이것이 미래를 짊어진 우리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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