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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금융용어를 못 알아들어 낙담도 했지만 이제는 각종 금융정보를 신속하게 분석해 범죄 혐의를 찾습니다."
법조인 최초로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화용(48·사법연수원 26기·사진)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는 법률가의 시각으로 금융정보를 분석한다. 지난 1997년 창원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20년 가까이 법원에서 근무한 이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부터 1년째 FIU에서 활동하고 있다. FIU는 자금세탁을 예방하고 외화 불법유출을 막기 위해 지난 2001년 설립된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 금융기관의 의심거래 보고와 고액 현금거래 등을 분석해 검찰과 경찰, 국세청, 관세청 등 법집행기관에 제공하거나 각 기관이 요청한 정보를 제공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 부장판사는 금융기관에서 요청한 정보가 FIU의 요구 형식에 맞는지, 해당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다루는 정보분석심의회 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FIU에서 먼저 기관에 정보를 보낼 때도 분석 내용이 타당하고 결론이 맞는지, 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정보인지 등을 검토하는 것도 그가 몫이다. 이 부장판사는 "행정부는 부처 간 교류도 많고 외국 기관에서 근무할 기회가 많지만 법원은 외부에서 일할 기회가 별로 없다"며 "시야를 넓힐 기회를 갖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패기 넘치게 FIU로 발길을 돌렸지만 법조인에게 생소한 금융 용어 탓에 처음 참석했던 간부회의에서 받았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 부장판사는 "매주 월요일 금융위원장이 주재하는 간부회의에 처음 들어갔는데 무슨 얘기를 하는지 전혀 몰라 낙담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회의가 끝나면 항상 모르는 용어를 찾아 공부하다 보니 이제는 전문가 수준에 올랐다.
이 부장판사는 "FIU 업무는 압수수색영장처럼 검찰 자료를 보고 발부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서 영장전담판사 업무와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법원에서는 원고나 피고, 검찰이나 변호인 등 양쪽의 주장을 듣고 중간의 입장에서 판단해야 했다면 FIU에서는 양쪽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없어서다. 그만큼 빠른 판단력과 책임감이 따른다는 얘기다.
FIU에서의 이 같은 노력은 지난 2월 만료된 계약을 내년 2월까지로 연장하게 만들었다. 이 부장판사는 "법원에서 처음으로 FIU에 온 터라 확실한 위상을 갖춰야겠다고 생각해 계약을 연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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