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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피해자만 있는 불편한 진실


"어떠한 보상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들이 본인들 과실 덮기에만 혈안이 돼 모르쇠로 일관하는 행태가 너무 화가 납니다."

지난 13일 LG전자의 정수기 위탁판매법인 H&C일렉트로닉이 코웨이 고객 198만명의 개인정보를 빼내 판촉활동을 벌인 것이 경찰 수사를 통해 적발되자 소비자들의 항의가 줄을 잇고 있다. 가뜩이나 해킹 등으로 유출된 개인정보로 벌이는 텔레마케팅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어서 "또 개인정보야"라는 말이 반사적으로 나오는 모습이다.

이번 사건의 1차적인 피해자는 코웨이다. 자사 고객정보가 빠져나갔고 실제 경쟁사에 가입자들을 뺏기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큰 피해자는 198만명의 코웨이 가입자다.

실제 기자에게 e메일 혹은 전화로 불만을 토로한 소비자들에 따르면 문제가 됐던 H&C일렉트로닉으로부터 판촉전화를 받은 뒤 개인정보를 어떻게 취득했냐고 묻자 "무작위로 전화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도의적 책임이 있는 LG전자 역시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는 피해자들에게 처음에는 모르는 내용이라며 발뺌하다가 나중에 판매위탁법인에서 판촉전화를 한 것은 맞지만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며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한다. 코웨이도 정보유출 문제 제기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피해자는 있지만 정작 사과하는 곳은 아무도 없는 셈이다. H&C일렉트로닉의 김모 대표 등 14명이 법적 처벌을 받게 됐지만 198만명의 불편함은 그대로다. 코웨이는 지난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어느새 내려 버렸다. 어떤 배경에서 정보가 빠져나갔건 결과에 대해 보다 책임 있는 자세가 아쉽다.



LG전자도 위탁판매법인의 잘못을 직접적으로 연결시킬 수는 없겠지만 결국 자사 가입자를 늘린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문제의 판매법인은 8개 중 가장 판매실적이 좋다던 곳이 아닌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관망하지 말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보다 도덕적인 책임감을 가지는 게 대기업의 자세다.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기업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해당 기업들에 대해 '소송'이나 '법적 처벌'을 할 수 없느냐며 울분을 토로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LG전자나 코웨이가 제대로 아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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