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거래 시장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줄곧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던 강남권은 거래가 위축되고 가격도 떨어지고 있는 반면 강북 등 비강남권 시장은 활기를 띠는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시장의 온기가 주변부로 옮겨가고 다시 강북이나 수도권 외곽으로 확산되는 기존의 주택 시장 메커니즘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주택 가격 변동성이 줄어들고 거래가 실수요 위주로 재편되면서 시장의 강남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9,222건으로 전월 대비 20.2% 늘어났다. 취득세 한시감면 혜택의 영향으로 거래가 활발했던 지난해 3월의 5,450건과 과 비교해도 무려 69.2%가 늘어난 거래량이다.
주목되는 점은 거래량 증가를 비강남권이 주도했다는 점이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노원구의 경우 3월 거래량이 879건으로 △1월 479건 △2월 658건보다 큰 폭 증가했다. 강서구 역시 △1월 240건 △2월 386건에서 3월에는 518건으로 급증했다. 반면 서초구의 3월 거래량은 2월보다 7건이 줄었으며 강남구는 6건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다만 송파구만 2월 513건에서 3월 716건으로 거래량이 늘었다.
강남권 거래량 증가를 주도했던 재건축추진단지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대표적인 저층 재건축추진단지인 개포지구 내 주공1단지의 경우 지난해 12월 36건 등 최근 3개월 사이 평균 24건의 거래가 이뤄졌지만 3월에는 단 4건이 거래되는 데 그쳤다. 중층 재건축의 대명사인 대치동 은마와 잠실동 주공5단지 역시 3월 한달 거래량이 2건에 그쳐 사실상 거래가 단절된 상태다. 1월 61건, 2월 53건을 기록했던 송파구 가락동 시영 역시 3월 거래량은 7건에 불과했다.
이렇다 보니 최근 집값도 강남권과 비강남권이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3구는 3월 마지막주부터 2주 연속 아파트 매매가격이 0.3% 떨어졌다. 반면 강남3구를 제외한 아파트 값은 폭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연초의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선도지표 역할을 한 강남을 중심으로 한 시장이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며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거래 시장이 재편되면서 시장도 투자 시장과 실수요 시장으로 이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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