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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재 나사렛대 관현악과 교수 장애인문화예술상 대상

"음악은 실명 아픔 이겨내게 한 에너지"

시각장애인 연주자로만 구성… 하트체임버오케스트라 창단

클라리넷 독주회 300회 넘어 뉴욕 유엔본부서 특별초청도

"장애예술인 정부 지원 필요"


"음악은 실명(失明)의 절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 에너지였고 꿋꿋이 살도록 이끌어준 동반자입니다."

7세 때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은 소년은 음악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찾았다. 그리고 40세에 시각장애인 연주자들로 구성된 세계 유일의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이렇게 탄생한 '하트체임버오케스트라'는 지난 8년간 국내외에서 250회가 넘는 공연을 했다.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장애·비장애인에게 희망의 선율을 선사하며 오케스트라를 이끌어온 이상재(47·사진) 단장(나사렛대 관현악과 교수)은 지난달 31일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상 대상(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이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장애예술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토양은 척박하지만 시련을 딛고 믿고 따라와준 단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시각장애 1급인 그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유달리 많이 따라 붙는다. 지난 1990년대 초 당시 시각장애인으로는 쉽지 않았던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1997년 미국 3대 음악대학인 피바디음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 음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시각장애인의 박사 학위 취득은 개교 140년 만에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돕는 아르바이트 학생을 붙여주는 등 학교의 지원도 있었지만 학위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 교수는 "점자자료를 찾으며 논문을 썼던 6개월 동안 하루 2시간 반 이상을 자본 적이 없었다"며 "잠 부족으로 환청까지 들렸지만 비싼 학비를 뒷바라지해주신 부모님을 떠올리면 중단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이지만 뛰어난 클라리넷 연주 실력으로 명성을 얻은 그는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300회가 넘는 독주회를 열고 올 6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특별초청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연주회를 위해 해외 20여개국을 50회 넘게 방문했지요. 어디를 가든 환영이었습니다. 그래서 실력 발휘를 할 수 없는 국내 시각장애 연주자들을 모아 공연을 하자는 생각에 오케스트라를 창단했지요."



2007년 하트체임버오케스트라는 시각장애 연주자 12명, 비장애 연주자 4명으로 출발했다. 비장애 연주자는 시각장애인이 주로 다루지 않는 콘트라베이스·금관악기 등을 지원하기 위해 합류했다. 합주는 그야말로 난관의 연속이었다. 연주자들이 지휘자는 물론 서로를 볼 수 없어 점자악보로 연주곡을 통째로 외우고 한 곡당 수백번씩 연습을 반복해야 했다. 연습할 때는 이 교수가 드럼스틱으로 의자를 두드려가며 지휘하고 무대에서 연주할 때는 나지막한 구령으로 연주를 시작한다.

이 교수는 "서로 눈빛을 교환할 수 없지만 서로를 믿고 연주한다"고 설명했다. 완벽한 하모니로 공연 횟수는 늘어 지난해만 50여차례에 달했으며 2011년 10월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했다.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공연은 카네기홀 개관 120년 만에 처음이다.

오케스트라는 성공했지만 이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한 채 홀로 관현악단을 이끌어왔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시각장애인 연주자들의 딱한 사정을 듣고 건설관리기업 한미글로벌이 연습실 임대료를 지원하고 있는 점이 그나마 이 교수의 위안거리다.

이 교수는 "그동안 오케스트라를 탈퇴한 음악 전공자 중 2명은 결국 안마사의 길을 택했을 정도로 장애예술인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전문적 지식을 갖춘 장애인들이 예술활동을 포기하지 않도록 정부가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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