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문제인가 싶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학생 인권만 부르짖다가 장애인 인권에 무심했던 것에 대한 반성과 부끄러움의 목소리를 기대했다.
기대는 빗나갔다. 이 관계자는 "장애인 교사를 채용하면 보조 교사를 또 하나 채용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며 현실적 여건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교사뿐 아니라 무기계약직이나 일용직 근로자 등 비공무원 부문에서도 의무고용률을 어기지 않았냐고 지적하자 그는 "교육계 분위기가 원래 보수적"이라는 말로 얼버무렸다. 장애인 고용이 저조한 것은 이래저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였다.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는 말은 스치듯 덧붙일 뿐이었다.
정부ㆍ공공기관 명단 공표 이틀 전인 2일에는 역시 장애인 고용 저조와 관련한 민간기업 명단 공표가 있었다.
의무고용률을 위반한 기업이 하도 많아 어떤 기업의 이름을 거론해야 할지 고민했다.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기업들을 우선적으로 거명하기로 했다.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만큼 사회적 책무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민간기업의 뻔뻔함은 공공 부문 못지않았다. 기사가 나가고 난 후 한 기업 관계자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만 고용률을 어긴 것도 아닌데 억울하다"며 "기업명을 좀 빼줄 수 없느냐"고 부탁했다. 그 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1%(의무고용률 2.3%)도 채 안 됐다.
공공과 민간을 막론하고 이들은 마치 다섯 살 먹은 꼬마아이처럼 '왜 우리만 갖고 그러냐'는 투로 징징대고 있다.
고용부는 2008년부터 연간 1회씩 해오던 명단 공표를 지난해부터 연 2회로 바꿨다. 하지만 반성과 부끄러움은 모르고 푸념과 불평만 아는 이들에게 명단 공표는 무의미하다. 의무 고용 미달 때 감수해야 하는 부담금(1인당 59만원)도 괘념치 않는 그들이다.
불평 불만을 잠재울 보다 강력한 법적 잣대를 새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 당근으로 해결이 안 되면 채찍을 들어야 하고 옐로카드가 쌓이면 레드카드를 꺼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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