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어로 '슬픔' 혹은 '자비를 베푸소서'를 의미하는 '피에타(Pieta)'는 죽은 예수를 무릎 위에 끌어안고 비통해 하는 어머니 마리아를 형상화 한 조각상을 뜻하는 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미켈란젤로의 대표작 중 하나인 '피에타'가 가장 유명하며 후대의 많은 작가들이 여기서 영감을 얻어 창작을 펼쳤다.
조각가 박상희의 '피에타'는 연화관을 쓴 부처가 죽은 그리스도를 끌어 안고 있다. 부처는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무릎에 올린 전형적인 반가사유상이지만 목에 십자가 목걸이를 걸고 있다. 종교적 금기에 맞선 작가가 불교와 기독교의 성상(聖像)을 교묘하게 결합해 선보인 것이다.
박상희의 개인전 '엔드리스 라운드(Endless Round)'가 22일 팔판동의 갤러리도스에서 개막했다. "인류의 역사는 개인과 집단의 영역을 넓히기 위한 투쟁의 역사"라고 해석하는 작가가 역사 속의 종교와 권력의 충돌, 또는 종교 간의 대립을 주제로 1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 투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작품 'AD2010'은 십자가에 매달린 흰색 그리스도상의 양손에 핏빛처럼 붉은 색의 권투글로브가 끼워져 있다. 대형 권투글로브에 철사 줄로 작은 십자가와 부처상이 매달려 있는 '엔드리스 라운드' 역시 종교와 투쟁이 공존한 역사를 드러낸다. 작가는 "종교는 인류의 평화에 기여했으나 한편으로는 신의 이름 아래 포용과 사랑보다는 광기와 맹신으로 살인과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다.
종교간 화합과 공존을 시각화 한 작가는 이를 통해 '예술이 이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도 함께 찾아가고 있다.
작품은 철보다 강하지만 녹슬지 않는 유리섬유 강화플라스틱(FRP)이라는 소재로 형상을 만들고 자동차도료로 채색했다. 이 외에도 불에 탄 나무와 철, 사진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복잡하고 서로 얽혀있는 종교의 세계를 형상화 했다. 이번 전시는 9월4일까지.
한편 현대공간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현대공간회 45주년을 기념해 북촌지역에서 작가 22인의 개인전을 진행하는 '북촌 22 전시 프로젝트'도 주도하고 있다. (02)737-4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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