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수출이 추락하는 가운데 내수마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틀 전 나온 2ㆍ4분기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광공업 생산이 전분기 대비 0.1%포인트 떨어지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10.5%포인트나 추락했다. 생산ㆍ소비ㆍ투자 모두 급격히 얼어붙는 모습이다. HSBC는 "한국경제가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며 올해 3%대 성장이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선진국이나 신흥국 가릴 것 없이 모두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세계경기라는 대외변수에 너무 많이 흔들리는 것이 문제다. 구조적인 취약성이 개선되지 않은 까닭이다. 201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87.4%다. 이는 그만큼 내수가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외 경쟁국들의 무역의존도는 미국 22%, 일본 25%, 프랑스 42%, 중국 49%로 우리보다 훨씬 낮다. 내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대외요인에 따른 충격을 우리나라보다 덜 받는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바로 그런 배경에서 최근 '세계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한국같이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와 대외수요 약화로 역풍을 맞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장은 틈새시장 개척 등 수출 비상대책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내수기반을 키워 대외취약성을 보강하려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경제위기 때마다 원화약세 유도(환율상승), 수출금융지원 확대 등의 방법으로 위기탈출을 시도해왔다. 그에 따라 지표상으로는 조기에 경제가 호전되는 성과를 보였으나 결과적으로 수출과 내수의 괴리가 갈수록 커지면서 구조적 왜곡을 심화시킨 꼴이 됐다. 이번 위기는 좀 더 거시적 안목으로 대처해야 한다. 적기의 단기요법도 필요하지만 외부 충격에 강한 체질적 구조개혁 대책들이 강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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