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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운 마감재 대신 철골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천장에 무빙워크나 짐을 실어 보내는 컨베이어벨트조차 없는 공항. 비행기를 탈 때는 승객이 직접 비행기까지 걸어나가야 하는 이 공항은 어느 낙후된 후진국의 공항 풍경이 아니다.
일본의 저비용항공사(LCC)인 피치항공이 간사이국제공항공사와 독점계약을 맺고 지난해 10월28일 완공한 일본 최초의 저비용항공사 전용터미널인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 제2터미널(간사이 LCC 터미널)의 실제 모습이다.
기존항공권의 60%에 불과한 저렴한 가격의 LCC를 찾는 승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세계 곳곳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지은 '저비용 공항'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아일랜드 더블린공항 등에 LCC 전용터미널이 이미 운영되고 있고 중국은 상하이 홍차오공항과 광저우 바이윈공항, 우한공항 등에 LCC 전용터미널 건설을 고려하고 있다.
가격이 유일한 무기인 LCC들이 공항 임대료가 싼 LCC 전용터미널을 이용해 가격경쟁력을 갖춰보겠다는 전략이다. 국내선의 경우 이미 LCC 점유율이 절반에 육박하는 우리나라 역시 자연스레 LCC 전용터미널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찾은 간사이 LCC터미널은 간사이공항 1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약 6분 거리에 있었다. 1터미널의 10분의1 규모인 3만㎡에 9개 주기장을 갖춘 박스 형태의 단층 건물 한채가 전부인 간사이 LCC터미널의 공사비용은 약 90억엔(한화 930억8,700만원)으로 9월26일 첫 삽을 뜬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교통센터 건설공사사업비 2조5,000억원의 27분의1에 불과하다.
터미널의 모든 것은 최소비용 최대효과라는 경제원칙의 지배하에 있다. 공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무빙워크와 짐을 부칠 때 사용하는 컨베이어벨트조차 생략돼 있었다.
저비용공항을 가장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는 순간은 비행기를 타기 직전이다. 터미널 실내와 비행기가 바로 연결되는 보통의 공항과 달리 승객들이 직접 비행기가 서 있는 주기장으로 걸어나가야 한다. 바다를 향해 뻥 뚫린 주기장에는 강한 해풍이 불고 있었다. 비행기까지의 거리가 멀지는 않았지만 궂은 날씨에는 눈비를 맞아가며 비행기를 타야 하는 것이다.
이토록 간소한 공항을 만든 이유는 비용 절감 때문이다. 간사이국제공항공사는 계약조건으로 LCC 전용터미널 승객이 내야 하는 공항이용료를 1터미널의 절반 이하인 1인당 1,200엔만 받고 있다. 항공사가 내는 시설 임대료도 1터미널의 40% 수준으로 파격적이다.
나오토 도메키 피치항공 영업본부 홍보부장은 "피치항공 설립 자체가 간사이공항에 LCC 전용터미널을 만들어 거점으로 이용한다는 전제하에 이뤄졌다"며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하면 30분 만에 다시 비행기를 띄워 이동해야 하는데 거점터미널을 가지고 있으면 고객을 한곳에 모아 최대한 많은 승객을 싣고 비행기를 띄울 수 있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치항공은 초기 시설투자비용으로 올해까지는 적자를 기록하겠지만 내년부터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승객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최소한의 시설만을 갖춘 터미널이지만 '싸니까' 눈감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오사카에서 부산으로 여행을 간다는 다카하시 히로아키(43·제조업)씨는 피치항공만 10번 이상 이용했을 정도로 LCC를 애용한다. 히로아키씨는 "대한항공 오사카~부산 왕복티켓은 약 7만엔인 데 비해 피치는 1만~2만엔선"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LCC 전용터미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로서는 다른 나라 LCC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열린 김포~하네다 취항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석기 한국공항공사장은 "세계적으로 LCC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선도적으로 LCC 전용터미널을 운영하면 국제적인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이마트가 들어와 있는 김포공항 국내선 건물이 LCC 전용터미널을 짓기에 적합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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