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컬리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애플의 성공 신화가 흔들린 가장 큰 원인으로 신흥국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그동안 애플이 고가 전략을 앞세워 집중 공략해온 선진국 시장은 이제 포화상태에 이른 반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신흥시장은 삼성전자 등 구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에 이미 빼앗겨버렸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최대 신흥국 시장인 중국에서 지난해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 21.6%를 기록한 반면 애플의 점유율은 8.6%에 그쳤다.
스컬리 전 CEO는 "애플은 500달러가 넘는 스마트폰에 집중하지만 다른 회사들은 100달러짜리 제품도 생산한다"며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재고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 전문가들 역시 애플이 고가 전략에 대한 고집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페르 린더버그 ABG 애널리스트는 "아이폰은 더 이상 독특한 제품이 아니고 오히려 소비자들이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며 "더 이상 고가 전략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가폰 출시를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다. 제임스 코드웰 애틀랜틱증권 애널리스트는 "높은 가격 탓에 애플의 신흥국 시장점유율은 다른 시장에 비해 현격히 낮다"며 "진정한 성장세는 신흥국 시장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경쟁업체들의 가파른 성장세 역시 애플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스컬리 전 CEO는 "삼성전자는 매우 훌륭한 경쟁자"라며 "이제 갤럭시와 아이폰5의 차이는 예전만큼 크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블랙베리를 생산하는 리서치인모션(RIM)은 아이폰5의 출시 지연과 판매 부진을 틈타 시장을 공략한 덕분에 최근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모토로라는 아이폰5가 컨슈머리포트로부터 '최악의 스마트폰'이라고 혹평을 받을 때 컨슈머리포트의 제품 평가 최상단에 자사 제품을 올려놓는 기염을 토했다. 중국의 휴대폰 제조업체들 역시 저가 전략을 바탕으로 인도와 함께 가장 큰 신흥국 시장으로 꼽히는 자국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애플은 아이폰 덕분에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될 수 있었지만 아이폰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며 "'황금알'이 될 새로운 제품을 빨리 내놓아야만 한다"고 전략 변화를 주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