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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과학자가 국민과 소통해야 하는 이유

세금으로 진행한 연구결과 과학자는 설명할 책무 있어

'과학기술=창의·혁신의 씨앗' 공감 얻어 발전 원동력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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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세계적인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던 영상이 있다. 러닝머신을 달리는 새우의 모습이다. 이 영상이 화제가 된 것은 이 연구에 미 과학재단(NSF)의 예산이 50만달러나 투입됐기 때문이다. 이 연구의 취지가 설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국민과 언론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일었다. 사실 이 연구는 새우의 활동량을 측정해 바닷속 환경변화가 해양생물의 면역력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 의미 있는 연구였다. 연구책임자의 적극적 설명을 통해 오해가 풀리기는 했지만 왜 과학기술인이 외부와 소통하고 성과를 홍보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회자된다.

그간 우리나라 과학기술자들도 연구개발 성과의 의미와 중요성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홍보하는 데 나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과학기술은 과학기술자들만의 영역이라 생각하고 있다. 최근 한 언론사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대부분(98%)이 과학기술계가 국민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반면 실제 국민과의 소통은 낮은 수준(95%)인 것으로 조사됐다.

과학기술은 그 무엇보다 전문적이고 특수한 분야라는 점에서 일반 대중이 그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중요성을 충분히 공감하는 데 한계가 물론 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연구내용을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굳이 빌지 않더라도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연구한 내용을 국민에게 전달·설명해야 함은 과학기술자의 중요한 책무이기도 하다. 과학기술이 보다 보편적이고 쉬운 언어로 표현될 때 사회과학, 인문학,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와 접목하기가 쉬워진다. 또 수많은 창의와 혁신의 씨앗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이공계 학생들에게 과학기술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글쓰기 교육이 강조돼왔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을 쉬운 언어로 말하고 소통하는 과학 커뮤니케이션 교육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실제로 미국 최고 대학 중 하나인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는 공과대학 내에 과학기술 글쓰기와 소통을 전문으로 교육·연구하는 '라이팅 앤드 커뮤니케이션(Writing & Communication) 센터'까지 운영한다. 이제 우리나라 이공계 교육 커리큘럼에도 혁신적인 과학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넣어야 한다.



최근 과학관, 각종 연구성과 전시회 등을 통해 다양한 과학문화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늘었지만 일상에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과학 인프라와 프로그램은 여전히 부족한 현실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새로운 기술을 체험하고 그들 스스로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며 기술을 진보시켜나가는 체험형 플랫폼, 리빙랩이 확대되고 있다. 또 미술관에 가면 예술작품을 설명해주는 도슨트(해설사)가 있듯이 과학을 일반인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양성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에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도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하철 등 공공시설에 연구성과를 전시하고 이를 청소년을 포함한 대중에게 쉽게 설명하는 '찾아가는 과학관' 개념의 프로그램을 관계기관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구상한다.

우리나라 과학계는 과학기술이 중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 아래 연평균 증가율이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지원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한 자릿수로 낮아지더니 급기야 내년에는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제는 국민들에게 애국심으로만 호소할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의 필요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렇게 신뢰를 쌓아야만 과학기술로 무수히 많은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지금은 과학기술 지원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과학기술인들이 국민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이병권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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