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 가축을 땅속에 매몰하지 않고, 스팀 멸균 처리해 퇴비화하는 '이동식 폐사가축 처리장비(사진)'를 시범 운용해 효용성이 주목된다. 이 장비는 농촌진흥청이 개발하고 민간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제작된 것으로 2t 용량의 시설에 4기압, 섭씨 250도의 고온·고압 증기로 폐사 가축을 4시간 동안 가열해 완전 멸균 처리한 다음 기름성분을 짜내는 방식이다.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은 톱밥과 섞어 퇴비로 재활용하며, 2차 질병 전파요인을 원천 차단한다. 하루 처리량은 돼지 기준으로 최대 80마리다. 연료는 경유를 사용하며 4시간 가동에 40~50ℓ가 들어가 연료값은 8만~10만원이 소요된다. 이 장비는 소(600㎏ 기준) 3마리, 돼지(100㎏ 기준) 20마리, 닭 1,000마리를 한 번에 넣고 처리할 수 있으며, 효용성이 입증될 경우 매몰로 인한 2차 오염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경남도는 퇴비화 장치를 포함한 가격이 3억원인 이 장비를 제조사로부터 무상임대 받아 김해와 양산지역에서 시범 운용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 1일 김해시 한림면에서 모돈 10마리와 종돈 3마리 등 모두 71마리를 처리해 본 결과, 장비가 너무 커서 적절한 설치 공간을 찾기가 어려운 데다, 다른 농장으로 이동하고 설치하는 시간도 많이 걸려 기능과 설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도는 닭과 같은 작은 가금류를 처리할 때 더 유리한 것으로 보고, 최근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양산에 이 장비를 이동배치하기로 했다. 도는 시범운용을 통해 장비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차량일체형 장비 제작 등 보완조치를 제조사에 요청한 후 개선될 경우 도입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정재민 도 농수산해양국장은 "매몰식 처리보다 처리용량이 제한적이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지하수, 토양오염과 같은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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