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31일 홈인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6대2로 역전승했다. 1대2로 뒤지던 6회 3번 타자 채태인이 좌중월 2점 홈런으로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고 7회 대거 3점을 보태 쐐기를 박았다. 7회 1사 1ㆍ2루에서 우월 3점 홈런을 쏴 올린 것도, 앞서 6회 좌전안타로 채태인에게 2경기 연속홈런의 멍석을 깔아준 것도 다 2번 타자 박한이였다. 이날 성적은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2득점. 지난 29일 5차전에서 5대5로 맞선 8회 2타점 결승타를 때린 데 이어 팀이 가장 어려울 때 2경기 연속으로 해결사 본능을 과시한 것이다. 박한이는 2001년 데뷔 후 13년째 삼성에서만 뛰고 있다.
◇악재 딛고 일어선 관록의 삼성=1회 선두타자 정수빈에게 홈런을 맞은 선발투수 릭 밴덴헐크가 팔 통증으로 1이닝 만에 교체될 때만 해도 삼성은 어려워 보였다. 이때부터는 물불 안 가리는 총력전. 류중일 삼성 감독은 배영수부터 차우찬ㆍ심창민ㆍ권혁ㆍ안지만을 차례로 올렸고 이들 구원진은 두산 타선을 단 1점으로 막았다. 배영수 등 5명은 안타 7개에 볼넷 3개를 내주며 위기를 반복하면서도 실점은 최소화해 대역전에 다리를 놓았다.
옥에 티는 철벽 마무리 오승환을 아끼지 못했다는 것. 류 감독은 4점차의 넉넉한 리드를 잡자 9회에 오승환 대신 신용운을 올렸다. 하지만 신용운이 2아웃을 잡은 뒤 이어 나온 조현근이 볼넷과 안타를 허용해 2사 1ㆍ2루에 몰렸다. 홈런 한 방이면 1점차까지 쫓기는 상황. 오승환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오승환은 이종욱을 외야 파울플라이로 간단히 처리했다. 공 3개로 경기를 끝낸 오승환이지만 시리즈를 치르는 동안의 체력소모를 생각하면 7차전에서 구위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아끼다 자멸한 두산=두산은 1대0으로 앞선 3회 무사 2ㆍ3루에서 득점을 하지 못한 게 두고 두고 아쉬웠다. 안타 1개면 분위기를 완전히 끌어올 수 있는 상황에서 두산은 손시헌의 내야땅볼과 최재훈의 병살타로 아무런 소득 없이 이닝을 마감했다. 바로 다음 공격에서 삼성이 동점을 만들었기에 더욱 뼈아픈 3회였다. 5회 터진 최준석의 포스트시즌 6호 홈런도 6회 나온 채태인의 결승홈런에 묻히고 말았다.
하지만 더욱 아쉬운 건 두산 벤치의 투수교체 타이밍이다.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교체시기를 미루고 미루다 6실점(6⅔이닝)할 때까지 방치하고 말았다. 앞선 상황에서 필승카드인 유희관을 넣을 기회가 있었지만 7차전을 의식해 아끼고 아끼다 화를 당한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