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재무부가 중앙은행인 BOE 총재에 캐나다 국적의 마크 카니 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임명한다고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영국이 중앙은행 총재 자리에 외국인을 앉힌 것은 BOE 318년 역사상 처음이다. 전세계적으로도 외국인이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 총재가 된 사례는 미국인인 스탠리 피셔가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에 오른 게 유일했다.
이날 조지 오즈본 영국 재무장관은 "카니가 현 BOE 총재인 머빈 킹을 이어 내년 7월부터 총재직을 맡게 됐다"며 "그는 BOE 총재가 되기에 세계에서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이에 카니도 "최고의 도전이 기다리는 곳으로 간다"고 화답했다.
영국이 이 같은 파격실험을 감행한 것은 지지부진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BOE 개혁이 절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부터 정계에서는 BOE가 2008년 금융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외부인사에 맡겨 BOE 문화를 개혁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금융위기 속에서 캐나다경제를 승승장구하게 한 카니의 역량도 높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카니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발 빠른 기준금리 인하로 위기에 잘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런 흐름을 반영해 캐나다달러를 국가 간 대금결제에 쓰일 수 있는 준비통화(reserve currency)로 격상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을 정도다.
일단 전문가들은 카니의 취임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펴고 있는 BOE의 기조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몇년간 카니의 캐나다 중앙은행이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높이고 기준금리를 낮추는 등 공격적인 부양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대신 카니는 영국 금융계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에 팔을 걷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더디게 진행되는 은행 시스템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카니가 과거 금융규제를 풀어달라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의 요청에 "원래의 악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할 정도로 은행규제를 강하게 밀어붙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외에 2010년부터 추진돼온 BOE와 금융감독원(FSA) 통합을 매끄럽게 마무리하는 것도 그의 주임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카니는 내년 5월까지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그는 킹 총재의 연봉인 30만5,000파운드(약 5억3,000만원)보다 많은 48만파운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8년으로 정해진 BOE 임기도 5년만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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