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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참사 한국인 8명 시신 수습… "열악한 해외시장 개척하다 숨져" 추모 물결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기업인의 노고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

페루 정부가 발주한 수력발전소 건설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위해 현지를 시찰하다 헬기 추락사고로 실종된 삼성물산 직원 등 한국인 8명의 시신이 수습된 11일 경제계를 비롯해 많은 국민이 큰 슬픔에 잠겼다. 희생자들이 근무한 회사의 사내 게시판과 트위터, 포털사이트 등에는 "건설 한류를 중남미까지 흐르게 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그들이 우리의 영웅이다. 진정한 애국자를 잊지 말자"는 추모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은 수자원 전문가인 김병달 해외사업본부 팀장이 현지에서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자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김 팀장은 지난 1990년 입사 이래 해외 사업 개발과 댐 설계 분야에만 20년 이상의 세월을 고스란히 바친 베테랑이다.

남재민 수공 해외기획처 차장은 "2010년 하반기에 6개월 정도 담당 팀장으로 모셨던 기억이 있다"며 "주말 부부 생활을 하면서도 수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수자원 분야의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보기 드문 전문가를 대한민국이 잃은 것"이라며 애도했다.

김 팀장은 예리한 학자를 연상시키듯 꼼꼼하고 냉철한 분석력이 돋보였으며 인간적으로는 늘 온화하고 따뜻한 품성을 잃지 않은 인물이었다는 것이 주위 사람들의 한결 같은 평이다.

이번 사고로 4명의 직원을 한꺼번에 잃은 삼성물산은 하루 종일 비통한 분위기에서 수습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삼성물산의 김효준 부장과 유동배 차장, 우상대 과장은 수자원 등 민자SOC 영업과 토목설계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들로 특히 김 부장은 1999년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김현준 삼성썬더스 농구단 코치의 친동생이어서 직원들의 슬픔을 더했다.

김 부장의 한 동료는 "언제나 자상하면서도 꼼꼼히 업무를 챙겨주던 분인데 갑자기 이런 사고를 당해서 마치 아버지를 잃은 느낌"이라면서 "출근해 있지만 머리가 멍하고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비통해했다. 유동배 차장의 동료도 "항상 업무를 꼼꼼히 챙기고 밤잠을 설쳐가면서까지 출장준비를 하던 사람인데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들 외에도 한국종합기술의 전효정 상무와 임형석 부장, 서영엔지니어링의 임해욱 전무와 최영환 전무도 댐과 수로(水路) 설계 등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들이어서 건설 엔지니어링 업계는 인재를 잃은 슬픔이 크다. 김세진씨는 트위터에 "페루 헬기사고로 희생되신 우리나라 최고의 기술전문가 베테랑들의 명복을 빈다"는 글을 올려 열악한 환경의 해외 시장을 개척하다 숨진 엔지니어들을 추모했다.

경제계에서도 한국경제를 위해 희생한 산업역군들에게 깊은 애도를 뜻을 나타냈다. 한국무역협회는 "해외 시장 개척 중 페루에서 불의의 희생을 당한 경제역군 여덟 분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험준한 환경에서도 선구자적 사명감으로 우리의 미래산업 발전을 위해 헌신한 고인들의 발자취를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한편 6일 페루 남부 지역에서 연락이 두절됐던 헬리콥터 탑승자 14명(한국인 8명 포함)의 시신이 10일(현지시간) 모두 수습됐다. 외교통상부는 "탑승자 전원의 시신이 이날 헬기 사고 현장에서 발견됐다고 페루 당국이 알려왔다"고 이날 밝혔다.

탑승자들이 전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자 삼성물산과 수공 등은 장례위원회 구성과 분향소 설치 등 장례절차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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