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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 러 경제단절 수순 밟나

미국 강력한 추가제재 경고 속 러, 자국기업 해외증시 철수 권고

엑손모빌·포드 등 서방기업은 러 사업 축소·투자 중단 속출

친러 성향의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연쇄 분리독립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러시아와 서방 간의 대립이 한층 날카로워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정부가 국외에 상장된 자국 기업들에 해외 증시 철수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대로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이후 러시아에서의 사업을 축소하거나 투자를 중단하는 서구 기업들도 속출해 자칫 러시아와 서방의 경제단절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고르 슈바로프 러시아 부총리는 8일(현지시간) 서방의 경제제재에 대비하기 위해 러시아 기업들이 해외에서 상장을 폐지하고 모스크바 증시에서 주식을 거래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어디까지나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이는 경제안보에 관한 문제"라며 해외 증시에서 철수할 것을 강하게 권유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그는 "자본시장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러시아 기업들에 폐쇄적"이라며 "우리의 수출업체들과 해외 차입기업들은 이미 이런 변화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권유는 미국 등 서방이 도네츠크와 하리코프 등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친러세력이 분리독립을 추진하며 러시아에 군대 파견을 요청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상원 청문회에서 러시아가 크림반도 병합 때처럼 군사행동의 구실을 만들어 우크라이나의 분리 움직임에 개입할 경우 에너지와 금융·광업 등 핵심 경제 부문을 겨냥한 강력한 추가 제재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친 미국의 대러 제재는 일부 인사들에 대한 자금동결과 여행제재 수준에 그쳤으나 동부지역 정세에 따라서는 러시아 기업들에 대한 자산동결이나 주식거래 중단 등 보다 강도 높은 경제제재가 가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는 "동부 분리주의 움직임에 러시아가 관여한다는 것은 오해의 여지 없이 확실한 일"이라며 "군사개입을 위한 의도적 핑계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자 러시아로 진출한 서구 기업들도 짐을 싸기 시작했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태 장기화로 서구 기업들 사이에서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관련사업을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러시아 생산체제를 슬림화하고 투자를 일시 동결하는 등 이 지역에서 발을 빼고 있다. 로열더치셸에 이어 미국 석유 업체인 엑손모빌이 크림반도 남서부 연안의 스키프스카 가스전 개발을 잠정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자동차 업체 포드는 러시아 공장 전체 종업원의 10%에 해당하는 700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독일 유통업체인 메트로는 지난 1월 결정했던 러시아 자회사 상장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4일에는 맥도날드가 크림반도 내 3개 점포의 문을 닫기로 했다. IHS글로벌인사이트의 국채 리스크 담당인 잔 랜돌프 애널리스트는 "추가 제재가 가해진다면 앞으로 영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세와 이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간의 외교대립은 동부지역 친러세력의 분리독립 움직임 이후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서방의 3차 경제제재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이날 러시아 국경과 발트3국 영공 방어를 위해 파견하는 전투기 수를 종전 4대에서 12대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러시아 외교관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하며 외교전을 일으킨 캐나다는 이날 주오타와 러시아대사관의 무관 한 명에게 2주 내에 캐나다를 떠나라는 추방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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