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일 발표한 지역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방안은 소득보험료는 올리고 재산보험료는 내리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 중심 건강보험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의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이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이원화된 우리나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각종 부작용을 낳아 개혁 요구가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우선 재산이나 자동차에 물리는 보험료는 지역가입자에게만 적용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고 일부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회사에 취업한 것처럼 꾸며 보험료를 적게 내는 불법도 잇따르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건보료 부과체계에 따른 불평등으로 인한 민원이 전체의 81%에 이를 정도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건보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일원화하는 것을 국정과제로 내세워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에 발표된 개편안은 그 사전작업이라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지역가입자의 재산 관련 보험료는 점차 줄이는 대신 소득 관련 보험료는 올려 소득 중심 부과체계 개편을 연착륙시키겠다는 의도다.
이번에 발표한 개편방안이 시행되면 고소득 지역가입자 66만세대의 보험료는 월평균 1만4,000원 정도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66만세대 가운데 32만세대는 3,000원 이하, 19만세대는 3,000~1만원, 12만세대는 1만~5만원, 나머지 3만세대는 5만원 이상이 오른다.
소득보험료를 올리는 방안으로 우선 연소득 500만원이 넘는 지역가입자에 대한 소득등급 체계를 75등급에서 80등급으로 확대한다. 현재 소득등급은 연 500만원에서 4억9,900만원 초과까지 75등급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번 개편을 통해 4억9,900만~6억6,800만원 초과까지 5등급을 늘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5억원이 넘는 고소득자는 등급에 따라 보험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현재 지역가입자의 소득 대비 보험료 비중을 보면 연 500만원은 1.19%인데 소득이 오를수록 이 수치가 급격히 떨어져 1억5,000만원 고소득자는 0.23%에 불과하다. 소득이 적은 사람이 실질적으로 더 많은 보험료를 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부조리를 개선하기 위해 모든 지역가입자가 최소한 소득 대비 0.4% 이상 보험료를 내도록 조정하기로 했다. 조정 대상은 연소득 1,200만원 이상 지역가입자이지만 실질적인 보험료 인상은 5,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에게 집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료 최고액을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최고보험료는 가입자 평균 보험료의 30배 정도로 주기적으로 조정해오고 있는데 지금은 직장가입자의 경우 월 230만원, 지역가입자는 219만원이다. 복지부는 이를 지역ㆍ직장가입자 구분 없이 모두 269만원까지 인상할 방침이다.
반면 전ㆍ월세금과 자동차 등 재산에 부과하는 보험료는 줄어든다. 복지부가 이날 발표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보면 보험료 산정을 위해 지역가입자의 재산을 평가할 때 내년부터 전ㆍ월세에 대한 기본 공제액을 현행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린다.
이렇게 되면 전ㆍ월세를 사는 지역가입자 328만세대 가운데 19.7%인 65만세대의 보험료가 세대당 월 5,600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른 재산 없이 전세 가격이 830만원 이하인 경우는 전ㆍ월세금으로 인한 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 소득과 별도 재산 없이 2,000만원 전세에 사는 A씨는 보험료가 8,000원 줄어든다.
자동차에 매기는 보험료도 내려간다. 지금까지 9년 이상 된 자동차의 경우 연식과 관계없이 3년 미만 자동차에 부과되는 점수의 40%를 인정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12년 이상~15년 미만 자동차는 20%의 비율만 적용하고 15년 이상의 경우 아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약 140만대에 대한 673억원의 보험료가 줄어들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봤다.
전병왕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이번 개편안으로 재산에 과도하게 물리는 보험료 때문에 힘들었던 지역가입자의 불만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시작으로 건강보험료의 소득 중심 부과체계 개선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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