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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위한 공공분양마저… 투기 판치는 위례신도시

당첨되기도 전에 웃돈 제시… 불법전매 권유 떴다방 기승

당첨 가능성 큰 다자녀가구 등 떴다방 영업 1순위

'위례' 모델하우스 북적, 7일 서울 장지동에 문을 연 위례신도시 '위례 자연&자이 e편한세상'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아침 일찍부터 몰려든 방문객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고 있다. /권욱기자

"사모님, 통장 납입횟수가 얼마나 되십니까? 그 정도면 당첨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첨됐을 때 연락만 주시면 분양권 매수자 확보부터 거래까지 확실하게 해결해드리겠습니다."

7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송파구 장지동 지하철 8호선 복정역 1번 출구 인근의 위례신도시 '위례 자연&자이e편한세상' 모델하우스 주변에서는 이동식중개업소(떴다방)들의 영업이 한창이었다. 방문객들에게 10여명의 '영업인(속칭 명단 아줌마)'들이 달라붙어 명함과 전단을 돌리고 '통장 등급'을 확인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어쩌다 당첨 가능성이 높은 통장을 보유한 이를 발견하면 반색하며 천막의 간이 테이블로 팔목을 끌어당겼다.

위례신도시 아파트 청약이 과열되면서 정부가 무주택 서민을 위해 짓는 공공주택마저 투기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인근 분양가보다 저렴한 주택을 공급해 서민 주거안정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를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떴다방이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모델하우스 문을 연 위례 자연&자이e편한세상 아파트는 경기도시공사가 공급하는 공공분양 아파트다. 무주택 서민용인 만큼 기존에 분양됐던 민간분양 단지보다 3.3㎡당 400만원 가까이 저렴하게 분양가가 책정됐다. 단순 주변 분양가와만 비교해도 84㎡의 경우 당첨과 동시에 1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이 아파트는 계약 후 4년간 전매가 금지되고 1년의 거주의무 규정도 적용된다.

하지만 낮게 책정된 분양가는 오히려 떴다방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전매제한, 의무거주 규정을 비웃듯 현장에 진을 친 떴다방은 당첨 안정권으로 판단되는 청약저축 가입자를 찾아 웃돈을 제시하며 불법전매를 권유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중개업자는 "최근 떴다방 단속 등으로 다소 가라앉는 분위기였지만 다시 큰 장이 섰다는 기대감이 커졌다"라며 "현재 위례신도시에서 분양 중인 아파트뿐 아니라 인근 하남미사, 강동 고덕동 분양시장까지 함께 달아오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위례 자연&자이e편한세상에 떴다방이 몰린 이유는 간단하다. 청약자 입장에서는 당첨만 되면 많게는 1억원이 넘는 웃돈을 챙길 수 있는 '로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서는 떴다방이 청약통장 거래를 제안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기자가 손님으로 가장해 상담을 받아보니 청약통장 납입횟수와 불입액을 물어보고 당첨 가능성을 저울질한 뒤 연락처를 알아내는 식이었다. 첫 번째 업자에게 납입회차가 60회라고 말하자 문전박대를 당했고 또 다른 중개업자에게 140회라고 밝히니 연락처와 이름을 물어보고 적극적으로 청약을 권유했다. 떴다방 관계자는 "전국 각지를 돌며 통장거래를 해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나중에 통장거래 사실이 발각되면 당첨이 취소될 수 있으니 입단속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귀띔까지 했다.

특히 이들은 무주택기간이 긴 저소득층을 상대로 더욱 적극적인 영업을 벌이고 있었다. 실제로 계약금을 납부할 여력은 없지만 당첨 가능성이 높은 통장을 보유한 다자녀가구·노부모부양 등이 영업 대상 1순위라는 설명이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이들 중 상당수는 실제 아파트를 살 여유도 생각도 없지만 분양권 프리미엄을 기대하고 로또를 하는 기분으로 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집 없는 서민들의 심리를 이용해 분양권이나 통장 거래를 종용한 이들 중 상당수가 중개업 자격증조차 갖추지 않은 '철새'인 경우가 많아 피해 발생시 보상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B공인 대표는 "떴다방과 거래했다가 이들이 갑자기 사라지면 어디에 호소할 수도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청약통장을 거래하면 알선한 사람 외에 거래 당사자까지 처벌받는 것도 유의할 점"이라고 말했다.

불법전매가 민간분양을 넘어 무주택 서민을 대상으로 한 공공분양 주택까지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는 사실상 이를 방관하는 상황이다.

떴다방은 단속에 대한 긴장감도 없이 활개 치고 있었지만 이날 단속반은 단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달 위례신도시 위례자이에 대한 일시적 단속이 이뤄진 후 자취를 감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장지동 P공인 관계자는 "단속반이 와도 잠시 피해 있으면 잠잠해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단속 효과가 전혀 없다"고 전했다.

특히 불법전매의 경우 매수·매도자 쌍방이 합의만 하면 이를 찾아내 단속할 만한 방법이 거의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개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떴다방이 분양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것은 정부 단속 때문이 아니라 돈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단속도 없는 상황에서 돈이 되는 분양시장에 떴다방이 다시 몰리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실수요자와 시세차익을 노린 단타수요를 분리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실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분양시장이 투기수요로 움직일 경우 거품이 빠지면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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