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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의 헬로 100세시대] 한미 '흡연 질환' 판결 극과 극

美법원 "과다지출 의료비 배상하라"

韓법원 "흡연 지속여부는 개인 선택"

국내 흡연자들은 후두암·폐암·식도암·췌장암 등 각종 암과 심장·뇌혈관 등 35개 질환 발생위험이 비흡연자보다 2.9배~6.5배 높다고 한다. 건강보험에서 이들의 추가진료비로 지출되는 비용이 연간 1조7,000억원을 웃돈다. 이 비용은 흡연자든 아니든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로 충당된다. 하지만 질환의 원인제공자이자 담배를 팔아 엄청난 수익을 올려온 담배회사들은 비용분담 책임에서 비껴나 있다.

반면 미국·캐나다 등에서는 과다지출된 의료비를 반환하라는 주정부 등의 손해배상소송에서 져 담배회사들이 엄청난 배상금을 지불하고 있다. 미국의 46개 주정부와 합의한 배상액만도 2,060억달러(220조원)에 이른다. 흡연으로 암에 걸린 피해자가 인과관계를 개별적으로 입증하지 않아도 역학조사 결과 등을 증거로 인정하는 법률을 가진 주정부도 적지 않다.

미국 정부의 '2014 흡연과 건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직·간접 흡연으로 인한 조기사망자가 암 658만명, 심혈관·대사성질환 778만명, 폐질환 380만명 등 총 2,000만명을 넘었다. 최근에는 연간 50만명에 이른다. 흡연은 수명을 10년가량 단축하지만 40세 이후 금연하면 1년 정도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흡연과 질환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판결은 미국 등과 큰 차이가 난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폐암 환자와 유족 등이 국가와 KT&G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흡연으로 니코틴에 대한 의존증이 어느 정도 생길 수 있다고 하더라도 흡연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는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며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흡연자에게 책임을 묻는 일본·프랑스·독일 등과 비슷하다. 서울고법에서 소세포 폐암 등 일부 암에 한해 흡연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내부고발자를 통해 흡연이 암 등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은폐한 담배회사의 문건이 공개되고 중독성·청소년 흡연율을 높이는 첨가물의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중독은 흡연자 본인의 선택 또는 잘못'이라는 주장이 설자리를 잃었다. 건보공단이 담배회사들의 주장을 뒤집을만한 결정적 내부고발자료를 확보해 담배회사에 유리하게 내려진 국내 법원의 판례를 뒤바꿀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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