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하회마을과 영동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재에 등재됐다. 우리의 전통문화의 가치가 또 다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유네스코 세계문화재의 등재는 유네스코가 나서지 않으면 보존하기조차 어려운 문화유산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에 필자는 씁쓸한 생각을 지우기 힘들었다.
실제로 현실은 무척이나 척박하다. 조선시대 130여개 공예 분야 가운데 도배ㆍ초ㆍ바늘ㆍ물시계를 포함한 3분의2가 이미 대가 끊겼고 지금 남아 있는 전통공예 분야 인간문화재 53명 가운데 40%가 넘는 22명도 기술이 끊길 위기에 놓여 있다. 인간문화재로 지정되면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 월 130만여원에 불과하다 보니 재료비는커녕 전통계승자의 육성은 생각하기 조차 어렵다.
어쩌다 우리 전통문화와 공예의 몸값이 이토록 하한가로 주저앉은 것일까. 우리는 일제강점기 초 조선문화의 민예품에서 일본문화의 가치를 보고 오늘날 세계 최고 소프트강국의 기초를 닦은 야나기 무네요시가 발견한 우리 문화의 가치조차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진정 소프트강국으로 커나가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조상들이 남겨준 소중한 콘텐츠를 돌아봐야 한다. 우선 우리 전통문화와 공예의 가치에 대한 철저한 고증이 필요하다. 세계에 내놓았을 때 통할 수 있을 고유성과 차별성ㆍ보편성을 지닌 경쟁력을 갖춘 전통문화의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정신과 산물로서의 전통문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둘째, 이를 바탕으로 전통적 가치는 보존하되 현재와 미래를 담을 수 있을 디자인과 마케팅의 결합이 필요하다.
디자인과 마케팅으로 무장된 강력한 공적 지원 집단이 필요하다. 셋째, 문화상품을 무기로 할 벤처기업군을 발굴해야 한다. 국내 시장개척은 물론 세계시장을 누비며 우리의 문화상품들을 현재가치로 구현할 수 있을 뜻있는 벤처기업들을 발굴해 대규모 고용창출이 가능한 문화산업을 일궈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