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비롯해 강남권 주요 재건축아파트들이 잇달아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시장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안전진단은 재건축사업의 시작 단계인데다 시장이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압구정 일대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이전에도 사업을 진행하려 했지만 주민들의 참여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정부 규제 등으로 번번이 좌초됐다"며 "최근 재건축사업 관련 규제가 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변수가 많아 낙관은 다소 이르다"고 말했다.
◇재건축 찬반 여전히 엇갈려…35층 제한도 걸림돌=19일 서울 강남 지역 중개업계에 따르면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최근 정밀·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아파트단지의 경우 시장의 관심에 비해 실제 가격 상승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집값 상승기였다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호재지만 사업이 초기 단계인데다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찮을 것이라는 예상이 시장 기대감을 반감시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압구정동 H공인 관계자는 "실제 재건축이 이뤄지기까지 적어도 7~8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조합설립·사업시행인가 등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시장도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민들의 의지가 순조로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할 가장 큰 변수로 보고 있다. 투자자보다는 입주 초기부터 거주한 중장년층이 많고 고가의 중대형 비중이 높다 보니 재건축에 대한 거부감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추진위나 조합설립 단계부터 주민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지역 A공인 관계자는 "지난 2009년 서울시가 기부채납 비율을 30%로 정했을 때 주민들의 99%가 반대했다"며 "확실한 사업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굳이 재건축할 필요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문제가 됐던 기부채납 비율이 축소되고 용적률 규제도 대폭 완화됐지만 50층까지 허용됐던 높이가 35층 이하로 묶인 층고제한도 걸림돌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기부채납 비율 축소 등 관련 규제가 완화돼 사업성이 개선된 부분은 분명히 있다"며 "하지만 낮춰진 층수가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성 개선돼야 탄력=현재 압구정동 S아파트 115㎡형(공급면적 기준)의 매매가는 12억5,000만~13억5,000만원선. 업계에서는 법적 상한선인 300%의 용적률을 적용 받아 149㎡형으로 재건축한다고 해도 추가분담금을 2억원 정도 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15억원 정도를 투자해야 신규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는데 사업 초기임을 감안하면 향후 7~8년간 이 금액이 묶이는 셈이다. 현재 압구정동 인근 새 아파트의 매매가는 3.3㎡당 4,000만원선으로 149㎡형이면 18억원 정도다. 결국 15억원을 투자해 새 아파트를 분양 받으면 기대수익이 3억원 정도라는 의미인데 이는 15억원을 금리 3%의 예금에 7년간 넣어두고 복리로 이자를 받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사업성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주변 집값이 더 상승하든지 소형 아파트 일반분양분을 늘려 추가분담금을 줄일 수 있는 '1+1' 재건축 등의 사업성 개선 방안이 필수적이다.
단지별로 재건축사업이 진행될 경우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무상지분율 등이 사업 추진에 또 다른 변수가 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2~3년 전부터 일제히 시공사 선정에 돌입했던 강동구 고덕지구 아파트도 주변 단지의 무상지분율 등에 따라 사업이 지연되거나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았다.
함 센터장은 "결국 강남권 중층 재건축단지는 수익이 얼마나 날 수 있느냐가 사업 추진의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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