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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이후 네 번째로 시도된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이 결국 실패로 돌아가면서 우리은행 매각 가능성을 놓고 회의론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세 번의 시도가 모두 유효수요를 확보하지 못해 좌절됐고 네 번째 시도에서도 결국 주인을 찾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새로운 틀에서 매각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매각 틀 등을 짜는 데 적어도 1년가량의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1~2년 후에나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KB나 신한금융 등 대형 금융지주와의 통합론이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메가뱅크론'이다.
하지만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대형 금융지주와의 통합은 설령 '투뱅크' 형식으로 간다 하더라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 있고 이에 대한 저항이 대단히 심하다.
더욱이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의지가 동반돼야 하는데 정권의 반환점을 도는 내년에 재추진되기는 힘에 부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은 국가의 지급결제 및 금융통화정책을 수행하는 핵심 채널로 적격한 인수자를 찾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금융계에서는 우리은행 매각을 일단 유보한 상태에서 우리 금융산업의 숙성을 기다려 적절한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국내 금융산업을 재편할 '불쏘시개'로 우리은행을 활용할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유력 후보 교보생명 자금 벽에 부딪힌 듯=우리은행의 유력 인수후보였던 교보생명이 이날 결국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자신들의 '약점'을 상쇄할 만한 자금을 유치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이유로 분석된다. 교보는 이날 불참 선언을 하면서 "우리은행의 지분인수 타당성에 대해 해외 공동투자자 및 컨설팅사와 검토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제기돼 인수 참여를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금 문제가 끝내 걸림돌이 됐다는 뜻이다.
앞서 신창재 회장의 키맨으로 불리는 이석기 교보생명 재무담당 전무가 지난 25일 자금유치협상을 위해 홍콩과 대만으로 떠난 것이 확인되면서 인수 막판에 결국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으나 최종적으로 충분한 자금유치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보험업법상 직접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자산의 3% 이내(1조3,000억원가량)'로 제한되기 때문에 우리은행 인수를 위해서는 2조~3조원이 넘는 규모의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여야 했다.
금융당국이 교보생명의 우리은행 인수에 대해 부정적 시그널(신호)을 분명히 보냈기 때문에 교보는 자금으로 이를 극복해야 했다. 당국은 교보생명이 개인 대주주 회사인데다 은행 경영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투자은행(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교보가 만약 예상 밖의 큰 금액을 써낸다면 당국이 공적자금 회수 최대화라는 원칙에 부딪혀 갈등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충분한 자금을 유치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일 속 중국 안방보험 참여했으나 결국 유찰=예비입찰이 결국 유찰되기는 했으나 베일에 싸였던 중국 안방보험이 인수전에 참여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안방보험은 2004년 설립된 신생 금융그룹이지만 최근 미국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을 약 20억달러에 사들이는 등 막대한 자금력을 과시하고 있는 회사다.
특히 안방보험의 우샤오후이 회장은 덩샤오핑의 맏딸 덩난의 사위로 중국 정관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태자당 멤버로 알려졌다. 안방보험은 공상은행·초상은행 등 중국 4개 주요 국유은행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안방보험의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는 중국 정부의 국내 금융시장 진출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앞으로도 우리은행 인수전에 있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만약 교보생명이 이날 참여했다면 유효경쟁이 성립하면서 외국계 자본 진출에 부정적이던 금융당국은 매우 난처한 상황에 빠질 뻔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매각 방식 재논의…내년 재매각 어려울 듯=이번 입찰 무산으로 금융당국은 우리은행 매각 방안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정권 중반으로 치닫는 현시점에서 재매각이 탄력을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2012년 3차 민영화에서도 KB가 인수 참여 직전까지 갔지만 대선을 앞둔 정치적 리스크로 결국 불참을 선언했다.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경영권 지분매각에 실패하면 이를 다시 시도할 것인지, 희망수량경쟁 입찰로 전환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경영권 매각을 계속 고수할지 아니면 전부 소수지분 입찰로 전환할지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완전한 분산매각을 통해서라도 공적자금 조기 회수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쪼개서 판 뒤 과점주주 간 주주협의회를 통해 경영하게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역시 투자자들을 모으기 쉽지 않은데다 은행 지배구조가 과도하게 불안정해진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카드가 되기는 어렵다. 금융계에서는 이참에 우리은행을 매개체로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메가뱅크' 논의를 다시 시작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KB·신한 등 다른 금융지주들이 처한 현실에 고려할 때 이 또한 현실화하는 데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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