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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시대 - 난파선 된 민주당] '친노 패배 책임론' 부글부글… "다 허물고 재건축해야"

문재인 2선 후퇴 불가피<br>박지원도 예산안 처리후 사퇴<br>조만간 비대위 체제 전환 예상<br>신당 등 정계개편 가능성도

민주통합당 서울 영등포 당사는 20일 정적만이 흘렀다.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은 조용하고 짧게 끝났다. 흡사 초상집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는 말이 당사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지난 4월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패하면서 민주당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멘붕(멘탈 붕괴)' 상태에 빠졌다. 또 한편으로는 패배 책임을 놓고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이 아니라 민주당이 민심의 심판을 받았다는 지적과 함께 '친노(친노무현)' 세력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대선 기간 민주당뿐 아니라 진보정의당과 시민사회 등이 뭉쳤던 '국민연대'가 더 큰 민주당을 위한 신당의 모태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우선은 당을 큰 틀에서 구조까지 바꾸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벼랑 끝에 내몰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지도부는 이날 회의도 생략한 채 오후3시 선거캠프 해단식만 간단히 열어 인사를 나눈 뒤 뿔뿔이 흩어졌다. 문재인 전 후보는 해단식 인사말을 통해 "새 정치, 새 시대를 제가 직접 이끌어보겠다는 개인적인 꿈은 끝이 났지만 우리 민주당은 더 발전해 더 좋은 후보와 함께 세 번째 민주정부를 만들어내는 일을 반드시 성취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를 지켜보던 당직자들과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는 탄식과 함께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문 전 후보는 "민주당이 이번에 함께 한 시민사회ㆍ국민연대 등 우리 쪽 진영 전체가 더 큰 역량을 키워나가는 노력을 앞으로 하게 된다면 늘 힘을 보태겠다"고 했지만 당 정상화를 위한 수습책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었다. 당의 한 관계자는 "패배의 충격이 엄청나다. 회복조차 못한 상태"라며 "시간이 얼마간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조만간 환골탈태형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과정에서 이해찬 전 대표 등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문 후보에게 전권을 위임해 지도부 공백상태다. "역사에 죄를 진 것 같다"고 스스로 밝힌 문 후보는 당분간 정치 2선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그가 비대위원장을 지명할지 다른 방법을 제시하고 떠날지조차 가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비대위가 출범하면 대선 패배로 공중에 뜬 당을 수습하며 향후 진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이지만 속도를 내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처리는 박지원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위원들과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이 새누리당과 협의해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원내대표 역시 연말 예산안 처리를 마치면 물러날 예정이다.

그러나 비대위 체제가 수습책과 향후 진로를 순조롭게 모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대선 패배 책임론이 비등해지며 정권교체 실패에 따른 거센 후폭풍이 가시화하고 있다. 1차 표적은 당의 주류를 형성해온 친노 세력의 패권주의다. 경기의 한 중진의원은 "당 쇄신을 얘기하면 선대위나 당 지도부는 선거를 앞두고 분열주의를 획책하는 것으로 몰아붙였다"며 "이번 대선은 달라진 것이 없는 민주당에 새 정치를 기대할 수 없다는 민심의 냉엄한 심판"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부터 친노를 완전 배제하고 백지 위에서 민주당의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당의 공황 상태에도 일부에서는 정계 개편 등 야권의 새 판 짜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진정한 쇄신정당으로 거듭나려면 기존 민주당을 넘어서 새로운 형태의 정당 체제 구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으로 신당론이다. 우선 대선 때 구축한 '국민연대'를 중심으로 대학생과 직장인 등으로 당의 외연을 확대하고 인터넷 등 온라인을 통해 시민의 정당 활동 참여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신당을 창당하자는 얘기다.

그러나 신당 창당 등 정계개편이 대선 패배 직후에도 여전히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에 매몰돼 있다는 거센 비판을 받을 수도 있어 이른 시일 내 탄력이 붙기는 어렵다는 지적들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내 또 다른 중진 의원은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잘할 것인지 진솔한 사과와 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민주당 쇄신이 먼저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 대선 패배의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면 거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진보 진영의 대결집을 겨냥한 '더 큰 민주당'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확산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당 창당 등 야권의 정계 개편론이 불붙을 경우 전날 투표 직후 미국으로 떠난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역할에도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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