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업종이 무엇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정책과 관계자의 말이다. “그럼 유망 소상공인의 기준은 뭔가요”라는 질문에 그는 역시 “유망업종을 하는 소상공인”이라고 답했다.
19일 기획재정부와 중소기업청은 소상공인의 과잉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추진 방향을 내건 ‘소상공인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았다. ‘유망 소상공인 위주로 선택과 집중 원칙하에 선별적 지원’을 하겠다며 소상공인정책자금 규모를 지난해 4,250억원에서 7,50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요즘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자영업 창업에 나서면서 여기저기서 자영업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자영업자의 비중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의 두 배 가까운 28.8%나 돼 선진국에 비해 과다한 탓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중기청은 결과적으로 자영업 창업을 부추기는 대규모 정책자금 공급을 멈추지 않을 태세다. 소상공인정책자금을 지난해보다 1.8배나 증액한 것을 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중기청은 자영업 과잉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유망업종 창업’을 들먹였지만 유망업종이 그저 지식서비스산업이라는 설명에는 실소가 나올 뿐이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향후 용역을 줘 유망업종 기준을 구체화하겠다”는 군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도대체 유망업종이 무엇이고 지원대상이 어느 정도인지 또 필요한 예산은 얼마인지 따져보지도 않은 채 그저 예산만 더 달라는 형국이다.
중기청의 유망업종과 과밀업종에 대한 분류마저 불분명한 것도 웃지 못할 일이다. 예를 들어 음식점은 과밀업종도 되고 유망업종도 된다. 또 다른 중기청 관계자는 “어느 지역에서 창업하는가에 따른 상대적인 분류다”라며 “음식점도 유망업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자영업 위기 목소리에 정부는 서둘러 대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자가당착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입 제한을 역설하면서 여전히 진입을 더 하라며 국민 세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 과잉 해소라는 근본 문제를 파악했다면 지체하지 않고 그 길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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