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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간첩을 소재로 내세운 영화 두 편이 6일 동시에 개봉한다. 최승현(빅뱅 '탑')이 주연한 '동창생'과 김기덕 감독이 제작한 '붉은 가족'이다. 영화제목 앞에 붙은 수식어가 영화의 성격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동창생'은 아이돌 스타 최승현의 원맨쇼이며, '붉은 가족'은 김기덕 감독의 남북관계 혹은 가족에 대한 '이념'을 담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의 소재는 비슷하다. '동창생'에서 남파간첩의 가족으로 유복하게 살던 명훈(최승현)과 혜인(김유정) 남매는 간첩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으로 숙청돼 요덕수용소에 감금된다. 북한 군부는 명훈에게 남한에 가서 공작임무를 성공하면 동생을 살려주겠다고 한다. 최승현이 맡은 공작은 남파간첩 내 다른 조직의 경쟁자를 제거하는 것이다. 최승현은 동생을 살리겠다는 일념에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 '붉은 가족'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는 4명의 간첩 '가족'이 나오는 데 모두 북한에 진짜 가족이 있다. 이들 간첩들은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북한의 온갖 지령을 수행한다. 여기에는 물론 살인도 포함된다.
소재는 비슷하지만 전개 방식은 전혀 다르다. '동창생'의 명훈에게는 북한과 남한의 경계인이라는 느낌이 적다. 마치 분단된 남한이 아닌, 어디 다른 나라에서 활동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은 모습이다. 중요한 것은 동생 혜인이 수용소에서 죽는가 사는가로, 명훈은 전형적인 킬러들처럼 행동한다. 조직과의 충돌도 딱히 북한만의 특수성이라고 말하기는 부족하다. '동창생'을 최승현의 원맨쇼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에 반해 '붉은 가족'은 다소 무겁다. 처음부터 끝까지 남북관계를 들먹이고 통일을 이야기한다. 이들 간첩가족의 옆집에 똑같은 4인 가족이 사는데 이들은 남한 자본주의 사회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사사건건 간첩가족과 대비시킨다. 제작은 맡은 김기덕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남북관계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으로, 남북문제는 오락영화 이상의 의미를 지녀야 한다"며 "영화에 남북통일과 인간, 가족에 대한 가치를 담으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주제가 무거운 만큼 배우가 눈에 띄지 않는다. 영화를 만든 감독(이주형)이 아닌 제작자이자 각본을 쓴 김기덕 감독이 의식되는 이유다.
반면 '동창생'에서 남북문제에 대한 인식이 적다. 최승현은 앞서 전작 '포화속으로'에서는 6ㆍ25전쟁 때 북한군과 맞붙은 학도병을 연기했다. 이번에는 반대로 북한 간첩이다. 그는 이번 영화에 대해 "예전 학도병과 지금 명훈이라는 캐릭터 자체는 북한과 남한 관계와는 또 다른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었다"며 "(남북한 역할의) 그런 차이점 보다는 상황의 차이점이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영화는 영화라고 규정할 수 있는 이 시대에 우리 영화계도 다양한 측면에서 남북관계를 관조할 수 있게 됐다. 관객 또한 이데올로기에 휩쓸리지 않고 영화 자체로 비교해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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