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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시내 중심가에서 템스강을 건너 남쪽으로 20여분 달리면 시야가 확 트이면서 광활한 땅이 나타난다. 천문대로 유명한 영국 런던 남부의 그리니치 반도다. 이곳은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대규모 가스저장 및 처리 시설이 있던 곳이지만 관련 산업이 쇠퇴하면서 약 77만㎡ 규모의 땅이 유휴지로 오랫동안 방치됐다.
1997년 집권한 노동당 정부는 지속 가능한 공동체 건설을 위해 영국 내 7곳에서 '밀레니엄 빌리지 프로젝트'를 실시하기로 하고 런던 시내에서는 그리니치 반도를 선정했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그리니치 반도 끄트머리에는 밀레니엄 돔이 지어졌고 템스강 하구 쪽에 2,950가구 규모의 '그리니치 밀레니엄 빌리지(GMV)'가 조성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큰 도시재생사업 중 하나인 GMV는 단순히 정주환경을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과 기술적 요소만을 강조하지 않고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인간 중심적인 거주공간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민관 협력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GMV는 3~15층 규모의 다채로운 주동(住棟) 설계와 아기자기한 건물 외관, 건식 공법을 활용한 친환경 건축 과정도 흥미롭지만 단지 내 학교와 탁아시설 설치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이 조화롭게 배치돼 '사회적 혼합(social mix)'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GMV의 30%는 임대주택이며 이들 임대주택의 주택형은 1~4베드까지 다양하다. 일부 지분형 임대주택도 포함돼 있다. 초등학교 인근에 위치한 헬스센터를 통해 '홈 닥터 서비스'를 제공, 단지 주민들의 건강을 관리해주는 등 주거지원도 눈에 띈다. 이 단지의 임대주택에 살다가 최근 분양을 받았다는 딘 멀린저(39)씨는 "도심과 가까운데다 조용하고 쾌적해 정말 살기 좋다"면서 "임대주택 입주자들을 다소 꺼려하는 주민도 일부 있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도식 어반플라즈마 대표는 "단순히 저소득층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잘 조성된 공원과 녹지공간 등 중산층도 매력을 느낄 정도로 뛰어난 정주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래야 자연스럽게 사회적 혼합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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