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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가 침체된 미국경제의 해법을 두고 날 선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의 로버트 새뮤얼슨 칼럼리스트는 7일(현지시간) 이 두 사람 간 논쟁을 '턱수염의 전쟁(battle of the beards)'이라 일컬으며 쟁점을 소개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크루그먼이다. 그는 뉴욕타임스(NYT) 칼럼을 통해 "FRB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현재의 2%에서 3∼4%대로 상향 조정하면 실업률이 떨어질 것"이라며 "버냉키는 너무 소심하다. 예전에 이를 인정했지만 FRB 의장이 된 후 다르게 행동한다"고 꼬집었다.
크루그먼은 "인플레이션이 2% 대신 4%로 조정되면 소비자와 기업은 미래의 물가상승을 피하려고 당장 상품구입에 나설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높이면 명목소득(현재 물가지수로 표시한 소득)과 수입이 증가해 빚 부담을 덜 수 있어 가계와 기업은 소비를 늘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크루그먼의 주장에 대해 버냉키 의장도 강하게 맞받아쳤다. 그는 "실업률 감소를 좀 더 촉진하려고 인플레이션을 조정하는 것이 이치에 맞느냐"며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면 기업들이 가격인상을 자제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FRB는 실업과 맞서 싸우기 위해 보다 공격적으로 금리를 낮출 수 있게 되는데 크루그먼의 주장대로 물가상승 목표치를 올리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유연성을 오히려 잃게 돼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WP는 "미미한 경제회복과 일자리, 희망 없이 방치된 수백만명을 위해 뭐든 하라는 주장에 부응한다는 점에서 크루그먼의 이론이 옳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인플레이션 목표를 경솔하게 운용하면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양측의 주장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란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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