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한때 0.13%포인트 상승한 7.63%를 기록하며 사상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그리스ㆍ포르투갈ㆍ아일랜드 등의 경우 국채금리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7%를 넘은 지 불과 20일 만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그만큼 국채금리가 7%를 넘으면 국가재정이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국가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스페인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SD) 프리미엄도 6.5bp(1bp=0.01%포인트) 상승한 638bp로 역시 사상최고치를 이어갔다.
또한 이날 오전에는 스페인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가입한 후 처음으로 중기 국채금리가 장기 국채금리를 웃도는 이례적인 현상도 발생했다. 이날 스페인의 5년물 국채금리는 오전 한때(현지시간) 7.56%까지 치솟아 당시 7% 중반대였던 10년물 금리를 소폭 웃돌았다.
통상 중기 국채금리는 장기 금리보다 낮기 마련이지만 스페인의 단기 경제전망을 어둡게 본 투자자가 급증하며 역전현상이 일어났다. 지난해 2월 포르투갈도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직전 중장기 국채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한 적이 있다. 과거 사례로만 보면 스페인의 전면적 구제금융 신청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이날 실시된 단기 국채입찰도 우려를 키웠다. 스페인은 3개월과 6개월 만기 국채 30억5,000만유로어치를 발행했는데 낙찰금리가 각각 2.434%와 3.692%로 0.072%포인트와 0.454%포인트씩 상승했다. 특히 6개월물 금리는 불과 넉 달 사이 4배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스페인의 단기 경제전망을 어둡게 보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말 스페인 부실은행권이 EU로부터 1,0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하자 위기설은 잠시 진정세를 보였지만 지난 20일 지방정부 재정 문제가 터진 것이 이번 위기의 발단이었다. 20일 발렌시아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데 이어 22일에는 무르시아를 비롯한 6개 지방도 긴급 자금요청을 신청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중앙정부가 이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실제 24일 스페인 최대 자치정부인 카탈루냐아의 안드레우 마스코레 재무장관은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중앙정부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런 정황과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하며 스페인 정부차원의 전면적인 구제금융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의 토머스 위저 고위임원은 "(스페인과 관련된 사안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스페인이 이 같은 현상을 견딜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 주재 라보은행의 린 그레이엄 테일러 투자전략가도 블룸버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스페인이 국가 차원의 구제금융을 실시하기까지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고 전했다.
ING의 알렉산드로 지안산티 선임 투자등급 전략가는 "스페인 정부의 전면 구제금융이 오는 9~10월 중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스페인이 전면 구제금융 대신 유로존 탈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스페인 현지 신문 엘콘피덴샬이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의 측근을 인용해 24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유로존 이탈이 단기적으로는 스페인 경제에 재앙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날 스페인 증시는 국가 차원의 전면 구제금융 소식이 불거지자 6,000선이 무너지며 폭락했다. 스페인 IBEX35지수는 장중 한때 3.08%나 폭락하며 5,987.1포인트를 기록해 2003년 4월 이후 9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루이스 데 긴도스 스페인 재무장관이 이를 논의하기 위해 24일 긴급회동을 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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