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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7월 7일] 전통술의 세계화 조건
입력2009-07-06 17:54:29
수정
2009.07.06 17:54:29
이재용 기자
“지난 1855년 제정된 와인 등급은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자 기념물이다. 만약 정부가 150년 동안 유지돼온 등급 체계를 지금에 와서 재조정한다면 그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와인산업 취재를 위해 프랑스 현지에서 만난 보르도 메독지역의 유명 와인 ‘샤또 쏘시앙도 말레’의 오너인 장 고트로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프랑스 보르도 와인이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된 데는 1855년 나폴레옹 3세의 지시로 품질이 뛰어난 61개의 와인을 선정해 1등급에서 5등급까지 등급을 매긴 ‘그랑 크뤼’ 등급 체계가 큰 역할을 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술 사케 역시 ‘다이긴조’ ‘긴조’ ‘혼조조’ 등 특유의 등급 체계로 빠르게 세를 넓혀 나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전통술은 아직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종류도 적을뿐더러 믿고 마실 수 있는 고유의 품질 관리 및 등급 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침체에 빠진 우리 전통술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국내외 소비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자체 품질 기준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이런 면에서 국세청이 최근 품질이 우수한 전통술에 대해 ‘주류품질인증제’를 시행한다고 밝힌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 같은 품질 관리 기준은 소비자들이 익숙하지 않은 전통술을 믿고 구매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전통술의 가짓수를 늘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 국내 소주와 맥주는 물론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통술의 종류는 극히 미비하다. 와인과 사케가 각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종류로 국내 소비자를 파고드는 현실과 대조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와인산업과 관광사업을 접목하려는 프랑스의 노력도 본받을 만하다. 프랑스 와인업계는 최근 포도원 인근에 다양한 쇼핑시설을 만들어 종합관광지로 육성하고 현대적 개념의 와인 컴플렉스를 도입하는 등 관광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한식의 세계화는 전통술의 세계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프랑스 음식과 와인, 일본 음식과 사케의 조합은 이미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전통술은 우리 음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을뿐더러 고유의 스토리를 담고 있는 문화상품이다. 이제부터라도 한식의 세계화와 함께 전통술의 세계화에 신경을 쓰고 전통술을 통한 우리 문화의 전파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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