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위기 이후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든 미국의 시위대가 등장했고 2012년 국내 대선에서는 ‘경제 민주화’라는 구호가 주목 받았다. 창조경제 시대를 맞아 경제를 과거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책은 주식회사를 둘러싼 현대판 귀족주의를 살펴보고 경제 민주주의가 갖춰야 할 요건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특히 주식회사 설계의 근간인‘주식회사는 주주의 재산’이라는 경제 이데올로기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점이 이색적이다.
1부는 유럽 중세시대와 근대 계몽사상, 미국 건국 정신까지 넘나들며 주식회사가 탄생한 역사를 다룬다. 2부는 기업과 경제의 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다루고 있다.
저자의 시각은 “주식회사란 주주가 소유한 생명 없는 재산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로 이뤄진 공동체”며“경제 민주화는 이 진실을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특히 상장기업은 반 공적(公的) 기구로서 사적재산이나 사적계약 이상의 존재라고 강조한다.
흔히 주주는 상장회사의 자금을 대는 투자자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2000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주식시장에서 거래된 돈 100달러 가운데 1달러만이 기업에 돌아갔다. 그 밖의 자금은 이 투자자에서 저 투자자로 끝없이 떠다닐 뿐이고 주주는 기업의 자금 공급원이 아니라 유출원이 되고 있다.
저자는 귀족주의적 주주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내세운다. 주주와 종업원, 지역 사회가 동등한 기업의 주인으로 인정받으며 기업 경영의 권한과 성과를 함께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1만5,000원. /정승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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