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12-2013 프로배구 V리그는 다사나단(多事多難)했다.
승부의 결과는 어쩌면 예측 가능해서 재미 면에서는 조금 떨어지기도 했다. 시작부터 삼성화재와 IBK기업은행이 독주체제를 유지해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올 시즌 프로배구 여정에서는 유독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감독 수난시대
배구판에 칼바람이 불었다. 6개 팀 가운데 4명의 감독이 떠났다. 절반이 넘는다. 시작은 대한항공의 신영철 감독이었다. 전반기를 마치고 성적부진을 이유로 경질 당했다. 그 뒤로도 계속 감독들의 수난은 계속됐다. KEPCO의 신춘삼 감독, LIG손해보험 이경석 감독이 시즌 도중에 감독직을 잃었다. 시즌을 마쳤다고 감독 목숨이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현대캐피탈은 하종화 감독을 해임했다. 팬들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감독에서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캐피탈은 강성형 코치 등 코치단도 대대적인 개혁을 하겠다고 밝혔다. 여자부 흥국생명 역시 팀 재건을 위해 류화석 감독을 새로 선임했다. 한편, 최근 대한항공을 떠났던 신영철 감독은 17년 만에 친정 팀 KEPCO로의 귀환을 알렸다.
이례적인 무더기 감독 경질 사태로 감독은 물론 팬들까지 떨게 만 든 시즌이었다.
#드림식스 돌풍
2년째 주인은 없고, 선수들이 감독을 보이콧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팀 사정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런 와중에 이 어려운 팀을 구원해 줄 해결사가 왔다. 김호철 감독이다.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러시앤캐시가 스폰서로 나서서 자금을 지원했다. 아산시는 연고를 자청하고 홈구장을 내줬다. 프로는 성적으로 보답했다. 꼴찌 후보에서 시작한 그들은 막판에는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노렸다. 팀 성적이 좋아지자 드디어 주인이 되겠다고 하는 기업들이 나타났다. 심지어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드림식스는 어미 없는 설움을 당당히 보상받았다. 우리카드와 러시앤캐시의 경쟁 끝에 우리카드가 드림식스의 새 주인이 됐다. 러시앤캐시는 어려울 때 프로배구를 도와 준 좋은 친구로 남았다. 그렇지만 숙제는 남아있다. 우리카드가 서울로 연고지를 옮김으로써 그 동안 드림식스를 열렬히 응원해온 아산시의 아쉬움을 어떻게 달래냐는 것이다
#새 둥지를 튼 선수들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1년 기한의 ‘한정 트레이드’가 진행됐다. KEPCO가 하경민 선수를 대한항공에 내주고 장광균·신경수 선수를 받았다. 2012-2013시즌으로 한정된 임대형식이다.
삼성화재 역시 트레이드 대열에 동참했다. 러시앤캐시에서 최귀엽과 민경환 선수를 현금트레이드로 데려왔다. 하지만 이후 민경환 선수는 팀 부적응으로 다시 원 구단에 복귀했다.
여자부에서는 IBK기업은행과 GS칼텍스 간의 2:2트레이드가 단행됐다. IBK기업은행은 GS칼텍스의 남지연(리베로)과 김언혜(센터)를 영입하고 이나연과(세터) 김지수(레프트)를 내줬다.
배구는 다른 종목에 비해 구단 수도, 선수의 수도 적다. 야구나 농구처럼 트레이드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프로배구 판의 트레이드 소식은 팬들에게 더 놀랍다. 다음 시즌에는 또 어떤 선수가 새 구단에서 활력을 불어넣을지 기대된다.
#올 시즌 최고의 별
남자부 최고의 별은 삼성화재의 ‘레오’, 여자부에서는 IBK기업은행의 ‘알레시아’였다.
레오는 삼성화재 팀을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정규리그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챔프전 MVP에 이어 정규리그 MVP까지 차지했다.
알레시아 역시 팀의 통합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알레시아는 정규리그 동안 50%가 넘는 공격성공률을 보였다. 수비가 잘 돼 랠리가 잦은 여자배구 특성상 나오기 힘든 성적이다.
올 시즌 남녀 모두 외국인 선수들이 정규리그를 평정했다. 지난 시즌 가빈과 몬타뇨에 이어 2년 연속이다. 국내 선수가 MVP타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벌써 5시즌째다. 팬들은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도 좋아하지만, 그래도 가장 기대하는 것은 국내선수의 활약이다.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를 능가하는 국내파 선수들의 대약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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