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럽 국가의 부동산 광고가 아니다. 지난달 18일 중국의 한 인터넷쇼핑몰에서 실시된 부동산 경매의 한 자락이다. 화제의 쇼핑몰은 중국 최대 온라인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타오바오'. 흔히 소비제품 쇼핑몰로 유명세를 탄 이 인터넷사이트는 최근 3년여간 세금이나 대출·벌금 등을 내지 못해 담보·압류매물로 나온 부동산·주식 등 글로벌 부실자산을 대량 판매하는 '땡처리 시장'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타오바오가 골칫덩이 자산의 땡처리 해결사로 변신하는 자양분이 된 것은 중국 경기둔화와 정치·사회계의 부패다. 중국 경제가 급격히 식어가면서 기업에 돈을 빌려줬던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의 채권이 무더기로 부실채권(무수익여신·NPL)으로 전락하자 금융기관들이 신속한 처분을 위해 인지도가 높은 타오바오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대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반부패 사정 한파의 와중에서 수사망에 걸린 부패 공직자 등의 재산을 대거 압류한 법원이나 지방정부들도 해당 재산을 타오바오를 통해 경매·공매에 부치고 있다.
알리바바는 타오바오를 땡처리 시장의 큰손으로 만들기 위해 자국 내 4대 배드뱅크(부실채권 처리 전문 금융기관)와 줄줄이 손을 잡고 있다. 3일 마켓워치는 알리바바가 중국 2위 배드뱅크인 신다자산운용과 제휴해 오는 20일 4억위안 상당의 부실채권 매각 경매를 실시한다고 전했다. 해당 경매에는 기업과 기관은 물론이고 개인도 매수자로 참여할 수 있다. 응찰자는 알리바바가 개발한 온라인결제 시스템 알리페이 등을 통해 대금을 내면 된다. 앞서 지난달 29일 로이터는 중국 최대 배드뱅크인 화롱자산운용이 알리바바와 계약을 맺고 자사의 부실채권을 타오바오를 통해 매각하기로 했으며 또 다른 4대 배드뱅크인 오리엔트에셋자산운용·그레이트월자산운용과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지방법원 및 지방정부 경매위탁 요청도 늘고 있다. 지난달 산시성 정부는 반부패수사 과정에서 압류된 171대 차량을 총 900만위안에 매각했는데 당시 응찰건수는 7,000건에 달했다고 신화통신이 최근 소개했다. 기업들도 점차 위탁매각 의뢰를 늘리고 있어 현재까지 34개 이상 기업들이 타오바오를 이용했다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타오바오가 땡처리하는 물건의 범위는 자산의 종류나 국적을 가리지 않으며 거의 만물상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부동산·자동차는 물론이고 지적재산권·주식·와이너리 등 다양한 자산이 입찰에 부쳐지며 그 중에는 해외자산도 포함돼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타오바오는 최근 피지에 위치한 4개 섬, 미국 주택 수백 채 등을 경매에 올렸으며 호주 목장, 프랑스 고성의 공개입찰도 기획했다. 신화통신은 "해외의 수백만달러짜리 부동산을 사고 싶어하는 중국인이라면 마치 셔츠 한 장 사듯이 손쉽게 온라인에서 주문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