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변의 흑 한 점이 잡혀 버리자 그 왼쪽의 흑대마가 당장 살아야 하는 입장이다.
"사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아요. 하지만 사는 방법이 문제입니다."(윤현석)
참고도1의 흑2, 4로 두면 흑대마가 산다. 그러나 백5로 튼튼하게 잇는 자세가 너무도 좋아보인다. 흑은 6으로 우하귀 방면을 접수하게 되며 승부는 거의 원점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하지만 이 코스로는 진행되지 않을 겁니다. 이세돌은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코스로는 절대 가지 않아요."(김만수)
이세돌은 하변의 흑대마를 살리는 길을 택하지 않고 실전보의 흑87로 우지끈 끊어 버렸다.
"과연 이세돌입니다. 결과는 두고 봐야 하지만 일단 박력이 넘칩니다."(윤현석)
창하오는 하염없는 장고에 빠졌다. 그 사이에 검토실에서는 여러 개의 가상도가 그려지고 있었다. 먼저 등장한 것이 참고도2의 백1로 막고 흑2로 받을 때 백3으로 귀를 살리는 그림이었다. 그러나 이 그림은 금방 지워졌다. 흑이 2로 받아주지 않고 3의 자리에 젖히면 백이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15분의 장고 끝에 창하오가 둔 수는 실전보의 백88이었다.
"그곳이 쌍방 쟁탈의 급소입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과연 백이 무사할까요."(김만수)
미리 보아두었다는 듯이 이세돌은 노타임으로 흑89에 슬라이딩. 백90은 유일한 저항책이었고 결국 천지대패가 일어났다. 이 큰 패는 너무도 간단하게 결말이 나왔다. 백이 쓸 수 있는 팻감은 실전보의 백98이 유일했는데 이세돌은 노타임으로 흑99에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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