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쪽지’는 달리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쪽지예산이라는 것이 대부분 지역구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다. 지역을 살리는 것으로 너무 나쁘게만 보지 말라.” 지난해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었던 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3일 기자와 만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들어 이같이 말했다.
실제 내년 예산안에도 도로(2,255억원)와 철도(1,025억원)를 중심으로 지역 SOC 예산이 정부안보다 증액됐다. 도로에서 광주-완도 고속도로(100억원), 당진-천안 고속도로(150억원→200억원), 천왕-광명 광역도로(200억원), 국도건설(3,130억원→4,104억원) 등 신규 배정이나 증액이 이뤄졌다. 철도도 보성-임성리 철도건설(2억원→52억원), 인덕원-수원 복선전철(70억원), 부산역 일원 철도시설 재배치(55억원) 등 증액이나 신규 배정됐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신경의선(수색-용산), 경원선(용산-청량리), 중앙선(청량리-서원주) 등 기존철도 고속화 사업(46억원)과 평창올림픽특구 도시경관지원 사업(40억원)도 추가됐다. 청주공항 활주로 포장(20억원)과 항공박물관 건립(33억원) 비용도 신규 반영됐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통상 실세들은 지역 수 백억~수 천억원에 달하는 SOC 예산에서 경제성과 타당성이 미흡하더라도 우선 수 억원~수 십억원을 막판에 반영시켜 사업이 빼도 박도 못하도록 한다”고 전했다.
국회 사무처의 ‘2015년도 예산 수정안’에 따르면 정의화 국회의장(부산 중·동구) 국회의장은 부산역 철도시설 재배치에 55억원이 신규편성되고 부산항 방파제 보수비 10억원 등을 증액했다. 새누리당의 홍문표 예결위원장(충남 홍성·예산)은 예산 무한천 상수도 시설 확충·관리 예산을 정부안보다 30억원 늘려 52억원을 배정받는 등 총 46억원을 증액했다. 친박 실세로 분류되는 김재원(경북 군위·의성·청송)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도 15억원의 의성의 수정천과 검정천 재해예산 등 지역 예산을 증액했다. 야당도 예외는 아니어서 문희상(경기 의정부시갑)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하수관 정비와 도로 개설 등으로 14억원 가까이 증액했다. 우윤근(전남 광양시·구례군)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도 광양 중마금호 해상공원과 구례 용정천 하천 정비 등 25억원을 증액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 예산결산특위 위원장과 여야간사 등 예결위원, 국회의장과 부의장 등이 올해도 지역구 몫으로 수 십억원, 많게는 수 백억원까지 기재부로부터 추가 배정받는다”고 말했다.
물론 여야가 지역개발 이외의 복지 등을 위해 막판에 끼워 넣은 ‘정책 쪽지’에 대해서는 평가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의당은 이날 서기호·박원석 의원이 주장한 사법기관 청소용역노동자의 처우개선과 관련, 법무부와 대법원의 청소용역노동자에 각각 3억원과 5억원을 증액했다고 밝혔다. 당초 일본의 눈치를 보기 위해 정부가 사업을 철회하려 했던 독도입도시설 예산(21억원)도 다시 살아났다. 이군현 사무총장은 “지난해에도 심혈관센터 예산지원이 중단된다는 말을 듣고 ‘시골 사람들은 그냥 죽으라는 얘기냐’는 생각에 막판에 기재부를 설득해 배정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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