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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새 정부 한 달이 남긴 것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꼭 한 달이 되는 25일 아침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전격 사퇴했다. 내정 이후 계속된 자격 시비에 휘말려온 한 내정자는 이날 국외에서 수십억원의 비자금 계좌를 운용하며 수년간 탈세를 했다는 한 일간지의 보도가 나온 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전날 친박근혜계인 4선의 이경재 전 의원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하고 미뤄뒀던 8개 부처의 차관ㆍ차관급 인선을 하며 마무리되는 듯했던 새 정부의 인사 완료가 다시 기약 없이 미뤄졌다. 이로써 박근혜 정부에서는 인수위원회 시절 김용준 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김학의 법무차관, 김병관 국방부장관 내정자에 이어 한 내정자까지 6명의 인사가 중도 하차했다.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내각 인선을 끝내지 못하는 기형적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야당은 벌써부터 새 정부의 인사를 '참사 수준'이라고까지 평가하며 박 대통령의 사과와 청와대의 책임자 문책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한 달 동안 국민이 새 정부와 관련된 뉴스 중 가장 많이 보고 들은 것은 정부조직 개편과 장관을 포함한 인사에 관한 것이었다.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여야 간 실랑이 속에 내정된 인사들이 스스로든 아니면 여론의 압력에 밀려서든 사퇴하고 후속 인사가 번잡하게 이어졌다.

국정 운용의 첫 단추는 인사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라는 경구를 갖다 붙이지 않더라도 정권이 바뀐 것을 국민이 가장 실감하는 부분이 인사다. 그래서 새 정부의 첫 통치 행위인 인사에 '감동'이 필요하다는 것이 지난해 대통령 선거 이후 국민의 요구였고 주문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나타난 청와대의 인사는 감동은 제쳐두고라도 정부의 정상적인 가동에도 한참 미흡한 수준이다. 5년 단임 대통령제라는 구조적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최근의 인사 난맥은 너무 심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국민들은 정권 초반임에도 '새 정부에 그렇게 사람이 없는가'라는 거침없는 비판을 하고 있다.

불과 5년 전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 고소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출신) 인사를 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런 저런 인사 난맥이 이어지면서 이명박 정부는 정권 초반의 금쪽같은 시간들을 흘려 보냈다. 이것은 결국 그해 4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쇠고기 협상 타결이 도화선이 되면서 불통 논란으로 이어졌으며 5월부터는 촛불 정국으로 새 정부가 사상 초유로 레임덕의 식물 상태로까지 치닫게 됐다.



최근 만난 전직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결국 고소영 인사 논란으로 축적된 민심 이반이 촛불 국면을 불러왔다"며 "되돌릴 수 있다면 되돌리고 싶을 정도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지난 정권의 사례를 드는 것은 박근혜 정부에서 요즘 나타나는 현상이 그때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고소영 인사'가 '수첩 인사'로 대체됐을 뿐 결과로 보면 국민의 기대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인선과 부실한 검증 시스템, 또 불통 논란까지 유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쯤 되면 지난 한 달 동안이 딱 5년 전의 데자뷔(旣視感ㆍ기시감) 같아 보인다.

새 정부의 인사 난맥과 관련해 여권 내에서도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새누리당 내의 상당수 의원들이 거침없이 청와대 인사 라인을 문책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유감 표명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5년 전 2008년 6월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 시위가 정점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첫 인사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서 국민의 눈높이에 모자람이 없는 인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박근혜 정부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을 받기 전에 국민과 소통해 5년 전과 비슷하게 전개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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