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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기자의 눈/4월 21일] 잠 못 드는 개성공단
입력2009-04-20 18:27:07
수정
2009.04.20 18:27:07
개성공단에서 섬유공장을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5년 전 개성공단에서 처음 기계를 돌렸던 날의 감동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김 사장은 1ㆍ4후퇴 당시 7남매를 데리고 월남했던 부모님이 생전에 고향 땅을 밟아야 편안하게 눈을 감겠다며 입버릇처럼 말하던 소원을 대신 이룬 것 같아 밤새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는 갖은 노력 끝에 개성공단 진출 3년여 만에 정부로부터 ‘100만불 수출탑’까지 받는 영예를 누려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김 사장뿐 아니다. 많은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남들이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한창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던 시기에 같은 민족끼리 고용을 창출하고 남북교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기꺼이 개성공단행을 선택했다. 이들은 북측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온 직원들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가며 지금은 한가족처럼 서로를 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핏줄은 어떤 정치나 사상ㆍ문화적인 이질감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요즘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은 하루하루 벼랑 끝을 걷는 분위기에서 거의 매일같이 불면의 밤을 지새고 있다.
북측의 12ㆍ1조치 및 ‘키리졸브’ 한미 합동 군사훈련에 따른 통행차단 조치, 이달 초 북측의 로켓 발사 및 남측 정부의 PSI 전면참여 검토 등 연일 터져나오는 대형 악재에 파묻혀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
남북긴장을 우려한 해외 바이어들이 주문량을 줄이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공장 가동률은 전년 대비 40% 수준에 그쳤으며 일부 업체들은 주거래은행들이 채권회수에 들어오며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개성공단은 100여개의 입주기업들과 3,000여개에 달하는 협력업체 임직원들의 꿈과 희망이 담긴 삶의 터전이다. 아울러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소통과 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개성공단은 남북한 양쪽에서 폐쇄 얘기가 심심찮게 거론될 정도로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21일 남북 당국자들이 오랜만에 만난다고 한다. 부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정치적인 파고에서 벗어나 안심하고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양측 당국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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