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DMZ에 살상용 목함지뢰를 매설하는 신종 도발을 감행하고 우리 군(軍)이 보복응징 의지를 천명함에 따라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은 급상승할 전망이다.
10일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7시 35분과 40분께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방목리 보병 1사단 11연대 DMZ 구역에서 두 차례의 폭발이 일어났다. 최전방 지역인 추진철책 통문(폭 1.5m) 바닥에 북측의 목함지뢰 3개가 매설돼 있다가 잇따라 터진 것이다. 통문을 지나려던 하모(21) 하사가 두 다리를 잘렸고, 하 하사를 구해 후송하려던 김모(23) 하사도 지뢰를 밟아 오른쪽 발목을 잃었다. 추진철책 통문은 DMZ로 투입되는 우리 군 병력이 이용하는 일종의 출입문이다.
국방부 합동조사단은 “북이 의도적으로 목함지뢰를 우리 쪽에 설치한 도발이며, 정전협정 위반 행위”라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각 군 작전사령부에 대비태세 강화 지시를 하달하고 DMZ의 다른 통문과 작전도로의 지뢰 매설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주의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우리 군 장병의 이동통로에 목함지뢰를 매설한 목적으로는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보복이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방해 등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해석하고 있다. 앞서 북측은 17일부터 나흘간 진행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UFG 연습이 군사적 보복을 초래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발표한 ‘대북 경고성명’을 통해 “우리 군은 북한이 이번 도발(목함지뢰 매설)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지만, 북측은 자신의 소행임을 부인할 공산이 크다. 북한의 지뢰 도발에 대해 우리 군도 보복응징 의지를 천명하고 있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은 크게 고조될 전망이다.
광복 70년·분단 70년을 계기로 경색된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도 한풀 꺾이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도 남북 화해 메시지보다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 광복 70주년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못하면 이어지는 한미연합 UFG 연습 기간 남북관계는 더 험악해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도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을 요구하면서 추가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미사일)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리수용 외무상은 ARF 회의에서 “미국이 아태지역 헤게모니 회복을 위해 북한을 대규모 군비증강을 동반한 군사동맹 강화 구실로 계속 삼는다면 필연적으로 제2차 한국전쟁 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에 즈음해 최근 증개축을 마무리한 동창리 발사대에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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