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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포털의 사회적책임 당연하다
입력2007-05-21 16:59:47
수정
2007.05.21 16:59:47
땡볕이 내리쬐는 한여름, 나무 그늘에 앉은 한 소년이 조그마한 돌멩이들을 물 웅덩이에 던지며 놀고 있다. 소년은 하릴없이 돌멩이 던지기를 즐기고 있지만 웅덩이에 사는 개구리들로서는 소년의 돌멩이가 자신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흉기로 돌변한다.
결과에 대한 아무런 가치판단 없이 무심코 하는 행위나 행동이 상대방이나 3자에게 치명적이거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예를 들 때 우리는 ‘개구리와 소년’의 케이스를 자주 언급한다. 최근 우리 사회의 골칫거리 중 하나인 사이버 폭력이라는 인터넷의 역기능을 ‘개구리와 소년’의 관계로 묘사한다면 지나칠까. 게다가 사이버 세상의 최대 정보공급원인 포털들이 사이버 폭력을 거르는 최소한의 장치(규제나 규범)도 갖추지 않고 장삿속으로 사이버 폭력을 애써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인터넷에서의 악성 비방이나 인신공격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늘면서 인터넷 정보를 유통시키는 포털들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악플(악의적인 댓글) 등 사이버 테러는 이제 도를 벗어난 것 같다. 욕설과 비하는 말할 것도 없고 인신공격이나 사생활 침해를 넘어서 명예훼손이나 스토킹 등 범법 행위까지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름을 숨길 수 있다는 익명성을 무기로 개인의 인격권은 물론이고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마저 무참하게 유린되는 실정이다.
사이버 폭력의 대상이 유명인뿐만 아니라 일반 네티즌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자살한 탤런트 정다빈이나 가수 유니의 경우 그 실상을 알 수는 없지만 주변 정황으로 볼 때 악플로 인한 스트레스나 우울증으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자살 소동을 빚은 왕년의 가수 트위스트김 등 유명인들의 사이버 폭력의 사례는 부지기수다. 최근 들어서는 사이버 폭력의 피해를 겪는 일반인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개똥녀’ 사건에서도 알 수 있지만 특정인의 개인정보가 송두리째 까발려져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고 또 그 스트레스로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례도 자주 접한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사이버 폭력 신고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올 4월까지 접수된 신고 건수는 4,164건으로 지난해 한해 동안의 신고 건수(3,749건)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 같은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만 1만건을 넘어설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이버 폭력에 대한 피해가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포털에 대해 새로운 규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달 들어 새로운 규제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나 포털의 사회적책임을 강조한 판결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포털사들은 과잉 규제가 인터넷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시장질서를 흐리게 할 뿐만 아니라 위헌의 소지조차 있다며 새로운 규제조치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정보를 유통시키며 차츰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권력을 맛보고 있는 포털들로서는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이 같은 움직임이 반가울 리 없다. 주요 포털사들은 100명 이상의 모니터요원들을 두며 사이버 폭력을 감시하는 등 자율규제를 하고 있다고 변명하지만 포털에 접수되는 사이버 폭력 민원 건수에 대한 공개조차도 거부하고 있다.
인터넷이 가져다준 디지털문화의 순기능을 절대 부정할 수는 없다. 사이버 정보를 유통시키며 인터넷 세상의 강자로 부상해 디지털문화를 새롭게 만들어온 포털들의 역할을 폄훼하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권리만 누리려 하고 책임은 회피하려고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인간이 만든 인터넷 세상이 인간을 옥죄는 상황이 되는 것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 사회적책임이라는 가치는 포털로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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