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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무용수들은 작품을 이해하고 몸으로 체득하려는 노력이 다른 나라 무용수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요. 신체 조건도 서양 무용수 못지 않게 훌륭해 세계적인 무용수로 성장할 토대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15일부터 나흘간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롤랑 프티의 밤'에 출연할 국립발레단 솔리스트들을 트레이닝하고 있는 수석 안무가 루이지 보니노(Luigi BONINOㆍ61ㆍ사진)는 한국 무용수들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롤랑 프티의 밤'은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롤랑 프티(86)의 대표적인 세 작품(아를르의 여인, 젊은이와 죽음, 카르멘)을 한 무대에 연속으로 올리는 공연으로 루이지는 프티가 자신의 분신이라고 극찬할 정도로 '프티 사단'의 중추적 인물이다. 국립발레단이 국내에선 처음으로 롤랑 프티의 작품을 연기하는 만큼 루이지가 안무를 맡게 된 것이다. 루이지 보니노는 스웨덴 쿨베리 발레단과 프랑스 마르세이유 국립발레단,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발레단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다. 지난 달 중순 입국해 한 달 가까이 솔리스트 지도를 맡고 있는 루이지는 "대부분의 발레는 '아웃 자세'(발을 옆으로 일자 형태로 벌려 골반을 열어 주는 것으로 '1번 자세'라고도 일컬음)를 기본으로 하는 데 비해 롤랑 프티는 '인 자세'(두 발을 모아 직립 형태로 만든 것으로 '6번 자세'라고도 함)를 1940년대 정착시킴으로써 자신만의 독특한 발레 문법을 창조했다"며 "이는 20세기 초반 현대 무용의 선구자인 이사도라 던컨이 토슈즈를 벗어 던진 것과 마찬가지로 발레에선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루이지는 "다른 나라 무용수들과 마찬가지로 '아웃 자세'로 훈련이 돼 있던 한국 무용수들이 '인 자세'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데 고생했다"며 "한 달 여만에 자세가 '프티식'으로 많이 안정됐으며 '인 자세'를 통해 프티 작품의 개성과 매력을 발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지는 "세 작품 모두 죽음을 소재로 한데다 드라마틱한 작품이어서 롤랑 프티의 작품 세계와 스타일을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 작품에 동화될 수 있다"며 "발레의 기본은 뛰어난 테크닉이 아니라 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정과 작품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루이지는 한국 관객들에게 공연을 꼭 보러 오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는 "롤랑 프티의 대표적인 작품 3개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며 "세 작품의 발레 스타일은 비슷하지만 드라마 구조와 긴장감이 각기 다른 만큼 색다른 느낌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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