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이제 이대론 안된다] 호통은 그만…정곡을 찔러라 포퓰리즘성 주장 남발에 기업들 '피멍'왜곡·과장된 내용 재탕·삼탕식 우려먹기 관행화마구잡이 증인신청에 인력·시간 막대한 손실도폭로성 한탕주의·인신 공격성 발언등 자제해야 이규진 기자 sky@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지난해 10월 서울 광화문 정보통신부 청사 국정감사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의 한 국회의원이 "(이동통신사들이) 신규 서비스나 망을 확장하는 것도 아닌데 계속 가입비를 받고 있다"며 이통사들의 요금 인하가 미흡하다고 정통부 장관을 몰아붙였다. 이 지적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이통사들은 3G로 불리는 W-CDMA 전국망 구축에 최소 수천억원의 돈을 투입하고 있었다. 질 높은 서비스와 망 확장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이 소식을 전해들은 업계에서는 이통산업의 기본 상식도 모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흘러나왔다. 매년 재탕ㆍ삼탕식 질문을 일삼다 보니 벌어진 해프닝이라는 말마저 돌았다. ◇근거 없는 '포퓰리즘' 주장 남발=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 현장에서 부당하게 폭리를 취했다며 소비재(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들을 비판하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됐다. 문제는 상당수 질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ㆍ과장됐다는 점이다. 또 국민 시선을 의식해 기업 CEO 등을 증인으로 불러 호통을 치려는 행태도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기본 수치가 허위이거나 기업과 산업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없는 주장은 국감의 수준을 크게 떨어뜨린다. 또 촌각을 다투며 글로벌 경쟁을 벌이는 기업인들을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대에 세우는 것은 대외 신인도 하락과 사기저하를 초래, 기업과 경제에 주름살을 지게 할 뿐이다. 그저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려는 무책임한 '포퓰리즘' 국감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유사들의 이중가격에 따른 폭리(일명 백마진)' 주장을 예로 들어 보자. 정유사들이 직영 주유소에 세전 공장도가격보다 싸게 휘발유 등을 주고 주유소들은 공장도가격을 기준으로 소비자에게 팔아 10년 동안 무려 19조원의 폭리를 취했다는 당시 지적은 기름값 상승으로 불만이 높던 여론에 불을 당겼다. 4대 정유사 CEO들이 모두 국감장으로 불려간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국회의원들의 무지에서 비롯됐다. 주유소들은 정유사가 실제 공급한 가격과 경쟁여건에 따라 휘발유 판매가격을 정한다. 따라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론가격인 공장도가로는 정유사나 주유소의 실제 이익을 산출해낼 수 없다. 사실 이는 석유제품 가격 자율화로 달라진 유통구조를 무시한 채 잊을 만하면 나왔던 재탕ㆍ삼탕 질의 중 하나였다. ◇산업 이해 없이 왜곡ㆍ과장=교묘하게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하는 주장도 한둘이 아니다. 매년 나오는 통신비 관련 질의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한국의 가계통신비 지출 비중이 6%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는 것. 이것도 왜곡된 통계다. 가계통신비에 도서ㆍ음반ㆍ게임 등 통신사가 결제대행만 해주는 항목들이 함께 들어가 부풀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점유율 50.5%의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경우 지난 7년간 음성통화량은 14% 증가했지만 기본료와 통화료는 21% 내렸다. 지난해 국감에서 나온 삼성석유화학의 편법승계 주장도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씨가 영국 BP사로부터 삼성석유화학의 지분 33%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일부러 낮게 만들어 싸게 경영권을 확보했다는 게 당시 주장의 요지다. 유화업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삼성석유화학의 단일 생산품목인 고순도테레프탈산(TPA)이 사양산업이라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중국 경쟁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국내 업체들이 적자를 견디다 못해 공장가동까지 중단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BP는 매각 1년 전부터 글로벌전략 차원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삼성석유화학의 지분을 삼성 측에 사줄 것을 요청했다. 대주주가 할 수 없이 지분을 사들였는데도 불구하고 괜한 오해를 받은 것이다. ◇마구잡이 증인 신청도 문제=2006년 11월 국회 일각에서는 증인 채택 기준을 국회법에 명시하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었다. 한달 전 국감에서 정무위원회와 법사위원회 등이 무차별적으로 200여명이 넘는 기업 총수와 CEO 등을 증인과 참고인으로 불러 논란을 빚었던 데 대한 반성이었다. 당시 재계는 "의원들이 (국감 동안) 각광을 받기 위해 기업인들을 부르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증인과 참고인을 하루종일 국감장 주변에 대기시켜 놨다가 본질과 동떨어진 사안을 중복 질문하고 증인에게 인신공격성 발언을 퍼붓는 장면은 이제 그만 나와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국감의 표적이 된 기업들은 두세달 동안 국감 답변자료를 만드느라 '울며 겨자 먹기'로 인력과 시간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4대그룹의 한 고위임원은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정부를 통해 제도적으로 파악하면 될 일"이라며 "기업에 투자와 일자리를 책임지라고 하면서 일도 못하게 괴롭혀서야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포퓰리즘' 국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검증시스템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회의원 스스로 저급한 인기영합 폭로의 유혹을 뿌리치고 대승적 관점에서 정곡을 찌르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염재호 고려대 교수(행정학)는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의 심도 있는 연구와 문제의식이 요구된다"며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감사로 업그레이드된 국정감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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