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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주요국가들에서 '제조업 애국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일자리 창출, 경상수지 적자 축소, 소득격차 해소 등이 각국 정부의 사활적인 과제로 등장하면서 제조업이 해결책으로 주목 받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와 제조업 보호 전쟁이 가속화할 경우 글로벌 공산품 시장의 공급과잉 심화, 국제 교역 위축, 산업 경쟁력 약화 등의 부작용을 일으켜 공멸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는 미국 내 공공교통 자재 조달시장에서 자국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조항 도입을 추진 중이다. 올여름 미 교통부가 의회에 제출한 육상교통인프라정비법안은 철도·도로 등 공공교통망을 정비할 때 미 국산품 사용 의무화 비중을 현행 60%에서 100%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미 인프라 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은 사업을 접어야 할 정도로 막대한 파격을 입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유럽위원회(EC)와 캐나다 정부가 미국에 강력 항의하고 일본도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면서도 "오바마 정부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바이 아메리칸' 조항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 7월에도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의원들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TPP 가맹국이라도 '바이 아메리칸'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미 의회에서는 미국의 여객 및 화물운송에 관한 상선법(Jones Act) 강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현행 법률로도 미국인 선원 승선 의무화 등의 조항 때문에 미국 내항선에는 외국산 선박을 사실상 도입할 수 없는 데도 이를 에너지 등을 국외로 운송하는 외항선에도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 정부는 군용 운동화를 모두 미국산으로 보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동안 군납품 가운데 사병 운동화만 해외 기업의 조달을 허용해왔는데 몰락 위기에 빠진 미 신발업계를 위해 예외 조항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제조업 보호주의는 앞으로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회복과 중산층 회복이 오바마 정부의 핵심 어젠다인데다 올 11월 중간선거까지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은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한 뒤 본사를 옮겨 세금을 줄이는 기업에 대해 "미국 기업이 아닌 탈영병"이라고 맹비난하는 등 연일 '경제 애국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인도 정부도 '제조업 허브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5일 '인도에서 만들자(Make in India)'라는 이름의 경제·산업 혁신안을 발표하며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불과한 제조업 비중을 25%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인도는 GDP가 1조7,600억달러로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제조업 비율은 각각 30%대인 중국·태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인도 정부는 자동차·항공·항만·제약·정보기술·건축 등 성장 가능성과 투자 유인이 있는 25개 분야를 선정해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중국의 경우 반독점 칼날을 무기로 자국 제조업 육성에 나섰다. 명분은 시장 질서 회복과 소비자 보호지만 외국 기업들의 손발을 묶어 자국 제조업의 질적 도약의 호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가령 중국 정부는 지난해 세계 최대 원자재 거래업체인 글렌코어가 스위스엑스트라타를 인수하자 승인을 보류했다가 글렌코어가 중국 민메탈스에 페루 광산을 58억여달러에 매각하자 합병을 승인했다. 중국 정부의 조사 대상이 분유·음료 등에서 자동차·원자재·정보기술(IT) 등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미국과 중국 간의 통상 갈등으로까지 비화된 실정이다.
이 같은 제조업 보호 경쟁은 한마디로 글로벌 경제의 파이가 줄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상품 교역 증가율은 3.1%에 그치며 2010년 13.9%의 4분의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제조업 애국주의'는 취약한 글로벌 경제를 더 악화시키는 동시에 시대에 뒤떨어진 성장 전략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자한기르 아지즈 JP모건 인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의 글로벌 제조업 생산량도 시장에 비해 과도한 반면 선진국 수요는 고령화 여파로 헬스케어 같은 서비스업으로 바뀌고 있다"며 "인도는 서비스업에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는데 모디 총리의 '메이크 인 인도'는 잘못된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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