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99' 사회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면서 정초부터 재벌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가 활발하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선거용 인기정책이라고 폄하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마저 야당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경제민주화'를 정강정책에 도입하고 나선 것을 보면 재벌개혁이 시대적 흐름이고 국민적 요구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민주통합당의 재벌개혁은 선거를 앞두고 즉흥적으로 꺼내 든 카드가 아니다. 사회 양극화와 경제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해 이미 지난해부터 '경제민주화특위'를 구성해서 일관되게 추진해오고 있는 정책이다.
민주통합당의 재벌개혁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작용과 폐해를 시정해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시장의 창의성과 효율성은 살려 나가되 재벌오너의 탐욕은 강력히 규제해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막자는 것이다. 대기업 죽이기나 재벌 때리기 차원이 아니라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자는 것이지 대기업의 순기능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상장된 10대 재벌기업들의 매출액과 시가총액이 전체 상장기업의 50%를 넘어섰다. 30대 재벌기업의 계열사 숫자가 지난 2007년에 비해 439개나 증가했다. 증가된 계열사를 보면 제조업체는 20%밖에 되지 않고 투자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융업ㆍ부동산임대업ㆍ유통업 등 비제조업 사업에 80%나 집중돼 있다.
열 사람의 재벌오너와 그 가족이 우리 경제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면서 경제 리스크와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졌다. 더 늦기 전에 시장원리만을 앞세워 '상생'을 내팽개친 결과로 커져버린 우리 경제의 암세포들을 잘라내야 한다.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빈대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 세포만을 족집게처럼 골라 치료하는 신약 항암제처럼 재벌의 역기능에만 집중적으로 메스를 댈 것이다. 이것이 부자들이 국민들로부터 존경 받는 환경을 만드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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